이해를 이해하자 (1) ~ (3)
<1>
사람이 다른 동물과 다르게 사람인 이유가 지적 능력이라면, 지적 능력의 가장 단단한 뼈대를 이루는 이해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한국에서 치러지는 시험 중에 사회적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시험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즉 수능이다. 이 시험에서 이해의 중요도는 얼마나 될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매년 발간하는 수능 대비 학습방법 안내서를 살펴보면 수능 국어 영역의 평가 목표 중 행동 영역은 다음과 같다. '어휘·개념, 사실적 이해, 추론적 이해, 비판적 이해, 적용·창의'
단순히 가짓수만 고려하더라도 5가지 평가 목표 중에서 이해가 3가지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명목상의 비교에 불과하고, 수능, 넓게는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국어 영역(언어 영역)을 풀어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시험 자체가 글을 읽고 이해하는 시험이다.
물론, 수능 국어만 이해가 중요한 시험이 아니다.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서 필요한 시험인 리트(LEET, 법학적성시험)는 언어이해, 추리논증, 논술로 이루어져 있고 피셋(PSAT, 공직적 격성 평가)의 언어논리나 NCS의 의사소통능력도 고도의 이해능력이 바탕이 되는 시험이다.
하지만 이해한다는 것이 어떤 것이냐고 묻는다면 얼마나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까?
적어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뭔가 알거 같은데 말할 수 없는 그런 느낌으로 대답하지 못했을 것 같다.
이 글은 거기에서 시작한다.
이해에 대해서 알아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사전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1.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함.
2. 깨달아 앎. 또는 잘 알아서 받아들임.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서는
(1) (기본의미) 사물의 본질과 내용 따위를 분별하거나 해석함.
(3) 말이나 글의 뜻 따위를 알아들음.
이렇게 나와 있다. 분별, 해석, 알다라는 키워드는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족했다. 분별은 뭐고 해석은 뭐고 안다는 것은 또 뭔가? 다시 사전에 찾아봤자 결과는 뻔하다. 여기에 갈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내가 원하는 것에서 비껴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해에 대해서 궁금하게 된 이유를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어떤 것은 이해가 잘 되고 어떤 것은 이해가 잘 안 된다. 이해를 해야 시험을 잘 보는데.
내가 원하는 자리에 가기 위해서는 시험을 통과해야하는데 이 시험이라는 게 만만치가 않다.
뛰어난 천재를 보면서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돋보이게 하는지 궁금하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싶은데, 나는 쉽게 이해가 되는데 학생은 이해를 하지 못한다.
또는 순수한 호기심일 수도 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사전에 씌여있는 말로는 그 목적을 이룰 수 없었다. 그래서 더 깊은 지식을 찾아다녔고, 또 스스로 고민했다.
여전히 명쾌한 답을 얻을 수는 없지만 빙산의 일각 중 일각은 보았다.
<2>
솔직히 말하면 이해를 공부하면서 나의 기대는 꺾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자연과학이나 공학이 아니라 '우리', 다시 말해 사람에 대한 것인데도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쉽게 이해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이나 이론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찾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해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되었다고해서 이해력을 끌어올릴 뾰족한 방법이 생기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너무 간단하다. 이해의 거의 대부분은 무의식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내가 통제하려고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러나 '쉽게' 끌어올릴 수 없다고 했지 이해에 대해서 손을 쓸 수 없다고 하지는 않았다. 기대한 만큼은 아니더라도 이해를 이해하는 일이 결코 헛된 일은 아닐 것이다.
먼저 이해하기 쉬운 글과 이해하기 어려운 글을 읽어보자.
1.
그 다음 별에는 술고래가 살고 있었다.
"뭐하고 있어요?" 어린왕자가 술고래에게 물었다.
"술을 마시고 있지" 술고래가 우울하게 대답했다.
"왜 술을 마시나요?"
"잊기 위해서지."
어린왕자는 벌써 술고래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무엇을 잊기 위해서지요?" 그가 물었다.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서." 술고래는 머리를 숙이고 이야기했다.
"뭐가 부끄러운데요?" 어린왕자는 그를 구해주고 싶었다.
"내가 술을 마신다는 게 부끄러워." 술고래는 말을 마친 후 더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린왕자는 어리둥절해 하며 그 곳을 떠났다.
여행을 하면서, 어린왕자는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어른들은 정말 이상해."
2.
과학자인 필자가 비전문가인 독자를 대상으로 쓴 과학 지문은 그 자체로 교육적 성격을 띤다는 점, 지식의 발생적 맥락에 주목한 역사발생적 원리에 의거하여 과학사가 과학교육의 핵심 내용이자 방법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과학사 지문의 내용 분석을 시도한 Wang(1998)의 논의를 토대로 과학 지문 분석을 위한 내용 요소(개념, 과정, 맥락)를 추출하였다. 그리고 이들 내용 요소들이 국어과 문단 짜임 및 연성화 장치와 어떻게 부합하는지를 교차 분석하여, 읽기 평가 맥락에 나타난 과학 지문의 유형을 크게 4가지로 귀납하고 각각의 특성을 기술하였다.
읽으면서 스스로 왜 이유를 분석해보면 더 좋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1번 글이 이해하기 쉬운 이유는 문장이 짧고, 일상적인 대화에 가깝고, 사용된 어휘도 어린 아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쉽기 때문이다.
2번 글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문장이 길고, 일상적인 대화에서 굉장히 멀고, 사용된 어휘는 일상적이지 않거나 전문적인 용어이기 때문이다.
단편적인 예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이해의 어려움을 확인해보았다. 실제로 경험을 되짚어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는 더 다양하지만, 앞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부족하지는 않다.
<3>
우리의 사고는 연상을 기본으로 한다.
어떤 단어를 보았을 때 무의식적으로 그 단어와 관련된 수많은 것들이 동시에 활성화된다.
마치 이런 것과 같다.
이 그림은 마인드맵이다. 마인드맵은 사고가 방사형으로 퍼져 나간다는 특징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정리 도구이다. 그러니 마인드맵을 보면 연상되어서 동시에 활성화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물론 활성화된다고 해서 그것들이 의식속으로 생생하게 전부 들어온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들이 활성화되어서 대기 중인 상태에 있다는 것은 심리학적 실험에 의해 밝혀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관련된 수많은 것들이 동시에 활성화된다면, 의미를 정하는게 가능한걸까?
정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정해야만 한다. 그건 실제로 관찰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의미를 정하기 위해서 우리는 맥락을 통합한다. 그냥 더하기만 하는 게 아니다. 강하게 연결된 연결은 더욱 강해지고 약하게 연결된 연결은 더욱 약해진다. 결국 살아남는 것은 강한 연결들이고 약한 연결은 소멸한다.
그렇게 의미가 정해진다.
그렇다면 강한 연결이라는 것과 약한 연결이라는 개념을 더 자세히 알아야할 필요가 생긴다. 아래 그림을 보자.
출처: https://coinrivet.com/lightning-network-continues-to-soar-as-network-capacity-reaches-1000-bitcoin/
원과 원 사이를 잇는 수많은 선에 주목하자. 이 중에서 가장 가운데 있는 원과 가장 가장자리에 있는 원이 각각 강한 연결과 약한 연결을 나타낸다고 보면 된다.
즉, 강한 연결은 더 많은 것들과 연결된 연결이고 약한 연결은 더 적은 것들과 연결된 연결이다.
물론 그것뿐이 아니다. 하나의 선으로 표현되는 연결의 강도도 다 같지 않다. 더 강한 연결이 있고 더 약한 연결이 있다.
예를 들어서 수박하면 떠오르는 구형의 초록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에 속은 빨간 이미지와 수박은 채소라는 사실 중 더 강한 연결이 무엇일까?
한편 서로를 억제하는 연결도 생각할 수 있다. 강하고 약한게 +10 +3 이라면 억제 연결은 -5인 셈이다.
맥락을 통합한다는 말을 다시 정리해보자. 어떤 것을 우리가 지각하면 그와 같이 수많은 요소들도 같이 활성화된다. 그리고 수많은 요소들 사이에 또 수많은 연결이 되어있다. 그 연결에도 강한 연결이 있고 약한 연결이 있다. 억제 연결도 있다. 이 연결들이 통합되면 각각 요소들의 활성된 정도가 달라진다. 한 요소에도 강하게 연결된 선이 있을 수 있고 약하게 연결된 선이 있을 수 있고 억제 연결된 선이 있을 수 있다. 이것들이 종합되면서 최종적인 활성화가 정해져서 특정 요소들은 살아남고 나머지 요소는 억제되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의미를 정하는 과정이다.
원문
(1) https://grsn.tistory.com/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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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폴드님 사실 링크타고가서 5편까지 봤어요~ 멋진 블로그?(티스토리?) 네요 ㅎㅎ
이제 10부 이후로 더 써볼 생각이에요 ㅋㅋ
평소에 궁금했던부분이 나와있어서 유익하게 잘 읽었습니다 ㅎㅎ 동시에 궁금한 점이 있어요!
‘어떤 것을 우리가 지각하면 그와 같이 수많은 요소들도 같이 활성화된다’에서 요소들이 활성화되기 이전에 지각이 선행되므로 지각을 하지못한다면 더 이상 사고를 이어나갈 수가 없게 되는데, 평소에 그로인한 어려움을 겪던 저는 그러면 대체 무엇이 ‘지각을 한다’라는 걸까? 지각을 하고난 후 요소의 탄생까지 어떤과정을 통해 이루어질까?에대해 궁금증을 갖게 되었고 스스로 생각해봤어요.
지각의 사전적정의는 ‘감각기관 통해 대상을 인식한다’ 이다. 그렇다면 외부의 대상과 오감의 무의식적인 작용을 하고난 후 그 대상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때 그 대상은 요소의 일부 혹은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예를들어 활자를 눈으로 보았을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활자는 눈동자를 지나 망막에서 상을 맺고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이 된다. 이때 지각이 이루어지게 되는걸까? 그렇지 않다.
여기까지는 외부의 대상과 오감의 무의식적인 작용이 이루어진것이고 아직 대상을 인식하지 않았다.
그러면 인식한다는건 무엇인가? 뇌에 전달된 정보가 처리 되어야 인식을 하게된다는 것이다.
즉, 뇌에 도착한 전기적 신호를 띈 정보가 신경세포를 통해 전달될때 사고를 하게되며 인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비로소 지각을 하게 되는데 모든 과정이 무의식중에 이루어지는걸까? 그렇다면 내가 의식적으로 지각을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여기까지 고민해본 내용입니다.
지각의 과정이 무의식중에 진행되는지,
의식적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지각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