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1타SSB [836995]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19-04-22 18: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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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b:) 어설픈 "이해"는 지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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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게 "이해"하려는 태도만큼 위험한게 없습니다. 




"이해"에는 여러 종류의 이해가 있습니다.


수리적인 이해부터, 귀납적인 지식의 이해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은 지식을 파악합니다. 





종종, 학생들이


국어를 처음 배울 때 글을 "이해" 해야한다고 배웁니다.


이 문장은 맞는 말임과 동시에 틀린 말입니다.


"이해"라는 단어가 굉장히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A학생은 "이해" 라는 것을 특정 범위까지 한정하는 반면, 


B학생은 "이해" 라는 것을 글의 모든 내용을 다 자신의 배경지식과 연동해 납득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능은 B학생이 생각하는 "이해"를 평가하는 시험이 아닙니다. 




최근의 오버슈팅, 가능세계, 콰인포퍼등의 지문은 모든 것을 납득하는 것이 아닌 


수능 수준에서의 "독해"를 요구합니다.



 사례를 통해 이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아래는 오버슈팅 지문입니다. 


위 지문에서 


"이러한 오버슈팅은 물가 경직성 또는 금융시장 변동에 따른 불안심리 등에 의해 촉발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라는 문장을 봅시다. 



이 문장을 "이해" 하려는 학생들은



위 부분까지만 읽고 나서 


"왜 불안심리가 오버슈팅을 유발하지?"


아 "불안하면 사람들이 주식을 내어 던지겠구나"


"주식값이 뜨억락 하면 그 나라 경제가 안 좋아지니까 그 나라 화폐가치가 떨어져서"


"환율도 엄청빠르게 변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야만 합니다.


아니면 이 학생들은


스스로가 생각한 "이해"를 하지 못해서


굉장히 불편해합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주식 하한가(응 나는 겪어봄)를 맞아본 적도 없고,


금융시장 자체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할 겁니다.



평가원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지 않습니다.


물론 어느정도 경제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는 친구들은, 


겁먹지 않는 정도의 효과가 있지만, 오히려 배경지식을 동원할 경우 헷갈릴 수 있었던 지문이 


오버슈팅 지문입니다.



실제로 2011 채권지문과 같은경우는 더 심하게, TESAT, 경제경시를 준비한 


경잘알 친구들이 이러한 경위로 문제를 틀리게 된 적도 있었습니다.


이 친구들은 이의제기를 걸었었지만


평가원은  이의제기를 인정하지 않았었습니다. 



(사실 위 지문만 보면 대학교 1학년수준에서는 


오히려 헷갈릴만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그쪽 공부를 좀 해봤지만,

 

완벽하게 납득가능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러한 오버슈팅은 물가 경직성 또는 금융시장 변동에 따른 불안심리 등에 의해 촉발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문장을 보며 학생들이 했어야 하는 것은


"왜 금융시장 변동이 오버슈팅을 유발할까?"라는 의문보다는



앞으로 금융시장 변동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그 결과로 오버슈팅이 따라올 수 있다.


그리고 글 뒷 부분에서 이 오버슈팅과 금융시장 변동 사이의 인과관계의 missing link를 채워 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이 missing link를 평가원이 채워주지 않는다고,


스스로 채워서 이해하려고 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부분이기 때문이지요.





또 다른 사례를 들자면




고3 초기 제 자신이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글을 "이해"해야한다는 말을 듣고



"수리적인 이해"까지를 수능이 포괄한다고 오해했었습니다. 







이 지문을 처음 봤던 고3이었던 저는


1년이 365일 5시간 49분 16초였다면


과연 릴리우스가 제시하는 계산 방식이 수리적으로 맞을까 계산을 시도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글을 잘 "이해"하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B와 같은 학생들은 위의 오버슈팅 지문에서의 위와 같은 "이해"를 시도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 수능이 요구하는 독해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국어 공부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공부만 하면 다행인데





종종, 학생들이 수능장에 가서도 


저렇게 애초에  "이해"가 불가능 한 것을 


"이해"하려고 하는 현상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러면, 수능장에서 학생들이 "이해"가 안 되어서 불안에 떨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 수능을 망치게 됩니다. 



이런 결과를 많이 봐서.


저는 "이해"하라는 말을 별로 가르칠 때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무엇"을 하라고, 그것이 특정한 방식의 "이해"중의 하나라고 말해주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평가원이 오버슈팅 지문을 내서 평가하고자 한 것은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얼마나 많은 양의 인과관계와 비례관계를 통한 추론을 잘 활용할 수 있는가 입니다.





수능은 배경지식을 동원한 "이해"가 아닌 다른 역량을 묻습니다.



그리고, 이 역량은 "맥락(context)"를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실제 이 시험이 설계되는 과정에서 평가하고자 했던 역량도 


논리적 사고의 기반이 되는 자료해석 능력인 독해능력이었죠...

글을 "읽는다"는 행위가 정확히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정확히 밝혀지지도 않은 상태에서(물론 추정되는 것은 있지만)


"이해"하는 방식으로 수능국어를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수능날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학생들이 공부하면 좋겟습니다.



p.s


위 글은 배경지식 무용론을 주장하는 글이 아닙니다!!!



기초적인 배경지식, 사실 어느정도의 배경지식은 도움이 많이 됩니다.



그러나, 수능이 주요하게 평가하는 능력이 많이 요구되는 지문들은


"배경지식"으로 준비가 가능하지 않습니다. 


또 배경지식과 독해의 산물이 충돌하는 경우 


독해의 산물을 선택해야한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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