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한 문과생들은 반드시 읽어볼 것
문송한 문과생들을 위하여...
사람 뽑기 정말 좋은 시대다. 전망이 공격적인 업종에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가슴이 시릴 정도로 취업이 힘든 시대다. 고로 좋은 인재들의 엄청난 공급 초과를 느낀다. 설레이는 사람은 사람 뽑는 사람 밖에 없을 것이란 서늘한 유머가 내 입에서도 나온다.
사람을 뽑다보니 놀랄 정도로 우수한 문과생들이 많이 지원한다. 집에 돌려보내기 아쉬운 창찬한 젊은이들이 많다. 우리 회사를 찾아주니 감사할 따름이지만,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였는지 안타깝기도 하다. 물론 우수한 친구들은 그런 압박 속에서 더 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는 우울함만 느끼고 성장은 커녕 좌절만 커질 것이다. 여튼 그렇게 훌륭한 친구들이 찾아옴에도 불구하고 더 훌륭한(?) 친구들이 찾아오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뽑지를 못한다. 막말로 지금 들어오는 친구들을 보면 과거의 나는 이 기준으로 입사 못했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흔히 요새 젊은이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낸다. 요새 애들 예전 같지만 못하다는 이야기부터 세대 전체의 문제라느니 각자 소견들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주변부의 자녀 혹은 친척, 부서 후임만 한두명만 보고 하는 이야기들이다. 실제로 수백명을 만나보는 입장에서, 한 세대의 재주와 역량과 의지의 총액은 불변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잘난 사람이 더 잘나졌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상위 0.5%대의 젊은이들은 가히 우리 때와는 레벨이 다르다. 내가 상위 0.5%가 아닌데, 만나는 후배들이 상위 0.5%여서 그럴 수도 있다, 물론이다. 여튼 우수한 사람들은 여전히 우수하고, 어쩌면 더 우수하다는 것이 확실하다. 우리 때에 콘텐츠로 혹은 창업으로 20대 초반에 억대를 만져본 사람이 100만명 중 100명이 될까 말까 했을터. 지금은 수천명이다. 다만, 진취적인 인재에게만 기회가 늘어났다. 나머지는 살기 더 힘든 시대가 됐다. 우리 회사에 찾아오는 친구들은 대부분 진취적인 친구들이다. 빛이나 반짝인다. 이 회사가 아니라도 뭐라도 해낼 친구들이다.
다 우리 회사가 너무 잘나가는 멋진 회사라서 그런가? 아니다, 그렇진 않을 것 같다. 기왕에 리스크는 높고 보상은 낮은 사회에 살고 있다면, 스타트업에 더 큰 기회가 있으리라 믿고 올 것이다. 핀테크 중에 좋은 팀웍이 있는 곳에 큰 베팅을 해볼만한 일이다. 그러니 자연적으로 우리 회사가 공무원보다 더 진취적인 지원자가 많으리란 생각은 한다. 더 고성능의 친구들이 모이는 것은 맞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며 팀빌딩을 해왔다. 그러나 그 나이에 그런 것까지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친구들이라니 얼마나 대단한가.
내 글을 읽고 있는 젊은 친구들은 아마도 상위 5% 안에 드는 친구들일 것이다. 그러나 5%의 삶도 만만치 않다.
고용노동부의 '한국의 전공별 인력 수급 전망 (2014~2024)'에 따르면 (인구와 투자의 미래에서 따옴) 인문 사회 분야는 공급초과가 엄청나다. 1196만명의 공급이 있고, 878만명에 대한 수요가 있으니, 36%의 초과공급이다. 일자리 중 상위 5%에 해당하는 약 45만개 일자리에 아마도 1000만 명이 몰려있을 것이니 20대1의 경쟁이다. 어쩔 수 없이 수요자 시장이 된다. 그러나 상위 5%의 직업들이 예전만 못하다. upside 가 하향평준화 되었다.
특수 직군들이 생기면서, 대기업에는 S급 인재들이 잘 들어가지 않고, 대기업에서도 이 사실을 인정하여 인재 대우가 낮아졌다. 기왕에 A- 급을 뽑는다면 대우를 상당히 낮춰도 인력수급이 원활해졌다. S급은 언감생심이 되어, 뽑아쓸 엄두를 못낸다. 아이러니하게도 S급들은 다시 스타트업에 몰려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풍요롭게 하고 있다. 여긴 그나마 폭발적인 upside 가 있고, 기회가 있고, S급의 삶을 살 수 있는 조건들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이니, 인문사회학을 전공한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들이 있다.
첫째, 헬조선을 외치기 이전에 판단 착오를 인정하자. 공급초과의 세계에 이미 진입해버린 이상 고생은 피할 길이 없다. 경쟁자들을 지략과 노력으로 압도하는 수 밖에 없다. 인생은 결국 자산군 추세에 올라타는 것과 비슷하다. 우상향하는 산업에 속해있어야 하며, 경쟁을 피해야 하니, 대기업에 줄 서지 말자. return free risk, 즉 리스크만 많고 얻을건 별로 없을 가능성이 높다. 리스크가 더 많더라도 그 리스크에 부응하는 upside 가 있는 산업을 정성껏 잘 고르자. 아마도 남들이 말리는 산업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게 가치 투자 아니겠는가. 증권업계나 공무원도 별 볼일 없다. 우리 나라 IT 회사 아니면 개인적 성장하기가 쉽지 않다. 알잖는가.
둘째, 인문 사회학은 죽지 않는다. 그저 일시적 공급초과가 있을 뿐이다. 공급초과의 의미를 모른다면 인문학 헛 배운 것이다. 사람을 알고 사회를 알고 인류를 안다는 것은 인생사에 엄청나게 중요한 지혜다. 인문대생의 가장 큰 무기는 독서량이다. 지식의 연결점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문헌들을 머릿속에 indexing 하는 것이다. 공대생들의 독서량이 인문대생을 압도하는 요즘이다. 독서량에서 지지마라. 만화책이라도 만권 읽어라. 공대생들은 미래가 어느 정도 예상되니 책도 더 쉽게 읽히는 것 같다? 책에 목매지 않아도 되니 더 여유롭게 책을 음미한다. 그리고 책 많이 읽은 공대생은 정말 당해내기 힘들다. 그런 추세다. 인문대생들은 독서가 의무라 부담감 때문에 많이 못 읽는 것 같다. 몇배를 읽어야 생존한다. 제발 경제기사 그만 읽어라, 배울게 아무것도 없다. 요새 책도 정액제로 빌려 볼 수 있지 않은가, 책 많이 읽어라 제발 부탁한다.
셋째, 여기에 무기를 더 장착해야 한다. 공대생이 잘 나갈 땐 공대생이 무엇을 배우는지는 알아야 한다. 그 기술을 '어디에 쓰면 좋을지'를 판단할 수 있는게 인문대생이어야 한다. 개론이라도 닥치는 대로 배워라. 코딩할 필요 없다, 그래도 엑셀은 신의 영역에 들어서자. 인공지능에 관해서도 꼭 좀 공부해보시라. 케케 묵은 교수님 얘기 듣지 말고, 직접 공부해보자.
마지막으로, 인서울 대학교에서의 인문대 학벌의 가치가 폭락 중이다. 아쉬워하지 마라, 매몰 비용이다. 한편 공대와 다르게 인문대는 해외에서의 감가상각이 상대적으로 더디다. 무슨 소리냐면, 공대생들은 인도애들한테 쫓기지만, 인문대생들은 인도애들한테 덜 쫓긴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인문대생 한류를 탈 가능성은 오히려 지금 밖에 없다. 기술 외의 세계에서 한국인의 몸값이 폭등중이지 않은가, 그게 인문대생에게 노출된 좋은 기회다. 이 기회를 어떻게 살리지?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여러분의 운명이 걸린 일이니 함께 잘 고민해보자.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도 얼척 없는 조언을 한마디 드린다. 자녀가 좋은 대학 들어가는 비용은 어마무지하게 올랐고, 그 학벌을 가지고 편하게 먹고 살 가능성은 기세하한을 맞아 상폐 직전이다. 인문대에 보내려거든 어릴 때 만화책 많이 보고 좋은 영상 콘텐츠 많이 보는게 의외로 최고의 투자가 될 것이다. 독서력과 맥락을 읽는 능력, 창의적 발상이 전부인 시대다. 더불어 멍 때리는 능력, 무언가를 좋아하는 뜨거운 가슴, 이런 것들이 요구되는 시대다. 학교 공부와 학원 공부는 오로지 이런 것들을 파괴하는데 쓰여오지 않았는가. 시대가 정말로 변했다.
출처: 평소에 존경해 마지않는, 로보어드바이저 '불리오' 천영록 대표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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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이네요
좋담
좋은글 닥추
요즘 마케팅이 매우 중요한 시대에서
문과가 인문학적 소양과 창의력을 구비하면
충분히 정보화시대에서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실제로 엘지에서 그런 경쟁력을 가진 문과생들만 채용한 사례도 있고
아무튼 다들 파이팅했으면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다시 독서를하러...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경제기사는 왜요...?
천영록대표님 좋은글 많이쓰시죠.. 제가 직접 찾아보는 몇 안되는 블로그...
맞죠. 인문학은 죽지 않아요. 인문학자가 죽어나는 시기일 뿐이지, 인문학자가 자신의 포지션을 극적으로 shift하면 많은 것들이 달라 집니다
책을 멀리했던 지난 한달을 반성합니다...
기다려라 이 허생이 간다 10년을 채우려 햇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