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한주파 Ep. 1] 영어독해연습, 〈애팔래치아인의 중립성 윤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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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잘데기없이 한 문제만 주구장창 파고들기
── also known as ──
The Useless Ttaeng-ttaeng-E
── by ──
Nguyen Tran
─◆─
현역따리가 정신줄을 놓고 이딴 짓을 하고 있느냐고 독설을 퍼부어 주실 거라면 돌아가 주십시오. 어차피 인강실에 와 있는 제가 지금 할 일은 오르비에서 글 보기 / 오르비에서 글 싸기 뿐입니다.
현역따리 주제에 n수황들에 비해 네가 뭐가 잘났냐고 하실 거라면 마찬가지로 돌아가 주십시오. 저는 지금 3월 에피 통과했는데 파랑눈딱지가 10일째 달리지 않아서 시방 위험한 짐승입니다.
한의학 떡밥이 가라앉으니까 세월호가 튀어나오는군요. 저는 이런 오르비도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제 경쟁자들이 모두 저러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없이 안심이 됩니다. 하지만 "학부모는 앞서가라 하고 부모는 함께 가라 한다"라는 말도 있듯이, 진정한 밝은 사회를 위해서는 기다려 주고 배려해 주는 나눔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현역따리가 1.99등급짜리 영어실력으로 지문을 되도 않게 자세히 해석하는 시간. 무엇보다, 정말로, 쓸데없는 부분만을, 파고들 겁니다. 이 게시글의 의의는 여러분이 도움을 얻는 게 아니라 제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니까요.
이른바 쓰한주파(쓰잘데기없이 한 문제만 파고들기)! 영어 한 지문에 게시글 2~3개를 할애해서 풀이할 겁니다. 그만큼, 칠정산이나 오버슈팅 뺨치는 더러운 지문들을 다룰 겁니다. 제 기준에서 더러운 지문이니, n수황 여러분께는 콩밭에서 금 따기만큼 쉽겠죠.
첫 번째 주인공은 2020 수능특강 영독련의 Week 5. 10강의 Exercise 1 어휘 문제(p. 114)입니다.
통상 첫 줄부터 해석은 "부족.... 리더십의 부족이... 흔하지 않아...? 흔하지 않지 않다... 으엑엙... 안 흔하... 드물지 않다... 드물지 않지 않다... 안 드물어... 으엙..." 이렇게 되는 것이 정상입니다.
왜냐, 우선 not uncommon이라는 이중부정 표현이 쓰였는데, 한국인인 우리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문형이잖아요. 그렇죠?
게다가 원문에서 맥락을 조금 거세당한 대목이라서 내용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수능특강 수록 지문이 영어 원서 발췌문일 확률은 가그린이 구강의 세균을 제거하는 비율과 대동소이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세지 노베인 우리는 애팔래치아인이 뭔지도 몰라요.
또한 individualism, nonasstertiveness 같은 아틀란티스어가 자주 인용된 학술적인 문장이 많습니다.
5글자가 넘어가는 영단어는 전부 아틀란티스어인데, 제2외국어 라틴어 영역에 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라틴어는 아틀란티스어의 모계 언어입니다), 아쿠아맨 관람을 놓친 저 같은 학생이라면 해석하기에 난감하죠.
이 문제가 초고교급 지문인 이유 4가지 나왔습니다.
1. 고난도 문장 구조
2. 맥락 난해
3. 배경지식 희박
4. 아틀란티스어 어휘
하지만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라서려면 꼭 넘어서야 할 글이기도 합니다. 토악질을 꾹 참고 해석해 봅시다.
1) 전통적인 애팔래치아 주민들은 리더십이 없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성취 지위보다 생득 지위를 중요시하고, 위계질서(계층적인 관계hierachal relationships)를 되도록 ①줄이려고 하기 때문이래요.
2-1) 애팔래치아인에게는 중립성의 윤리가 있대요(그게 뭘까?).
또 애팔래치아인들은 보통 남보다 자기 자신이나 가족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개인주의individualism),
말을 너무 단정짓는 어조로 하지(비단정성nonassertiveness) 않는다네요. 일본인이랑 비슷하다 이런 말이 아닌가と 思いますけど…。
그런데 사람에 대한 관심은 많대요. 아니, 중립성이면 거리를 두는 거고, 개인주의자인데, 어떻게 타인에게 관심이 많다는 걸까?
2-2) 그래서, 애팔래치아인의 삶의 방식을 ②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분법적인 시각을 지니게 될 수 있다네요.
이분법적인 시각이 뭘까? "애팔래치아인은 사람한테 잘 들이대면서도 사실은 개인주의적인 놈들이다."라는 뜻일까요?
3) 하지만, 갈등이 일어났을 때 합의를 위해서 서로 협력하는 것이 ③곧 그들의 중립성 윤리라는군요.
4) 거기다가 (앞서 말했듯) 애팔래치아인들은 수직적 관계보다 서로 동등한, 수평적 관계를 좋아한대요. 그래서, 자기가 누구의 머리 위에서 통제하는 일, 즉 관리직을 맡는 걸 ④바라는→꺼리는데요.
5) 만약 관리직을 맡게 된다면 정말로 성심껏 일한다는 거죠. 직원들과 평등한 관계로 발로 뛰는 상사니까 ⑤존경받을 만합니다.
브라질산 닭을 화학약품에 절여서 뼈를 녹이듯이, 의역을 끼얹어서 겨우 알아볼 만한 문장으로 맹글었습니다. 영독련의 해설은 어떨까요?
Oh... Those Russians
이 지문은 난이도 별표 3.5/5개(★★★☆)입니다. 동전으로 옆을 살살 긁으면 사실은 3.5개가 아니라 3,500개였다는 게 드러나죠.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구역질나오는 지문입니다. 정승익(공영방송)쌤도 안 해 주시는 독한 글이네요.
글의 내용만 파악하면 답이 ④라는 것은 너무도 뻔하지만, 결국 우리는 이 글을 완전히 해독하지 못한 채로 넘어가야 합니다. 얼마나 분합니까? 알파벳을 알고 to부정사를 알면 영어는 끝장인데, 우리 한민족이 이 코쟁이 꼬부랑글 앞에서 주저앉아야 합니까? 무엇보다, 그저 그렇게 넘어가 버리면 지금 인강실에서 땡땡이치고 있는 저는 뭘 하고 놀란 말입니까? 오르비?
그리고, 아주 사소한 문제이지만, 이 글이 연계로 나올지도 모릅니다. 뭐, 위에 나온 문제에 비해서는 별 대수도 아니지만, 대비해 둘 필요는 있겠죠? 가장 골치아픈 케이스는 '연계조무사(간접연계)' 해서 더 어려운 빈칸 문제로 나와 버리는 것입니다.
그럼 이 지문을 오독오독 씹어먹고 뼈도 사골로 3탕까지 고아버려야겠죠? 앞서서 이 지문이 초고교급인 이유 4가지를 말했습니다.
1. 고난도 문장 구조
2. 맥락 난해 ←─────── 그럼 이것도 겸사겸사 해결되겠죠.
3. 배경지식 희박 ← '쓰한주파'에서는 이 부분을 갈아마실 것입니다.
4. 아틀란티스어 어휘
여기서 퀴즈! 원자력 발전이 이루어지는 건물은?
바로 '원전'입니다. 이 글의 원전은 Larry D Purnell의 〈다문화를 대상으로 한 보건 서비스 ― 문화적으로 만족스러운 접근 방안(Transcultural Health Care: A Culturally Competent Approach)〉(1998)이군요.
래리 D 퍼넬. D의 일족이라 아틀란티스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고, 1998년에 나온 글이므로 현대인인 우리가 해석하기에도 무리가 있었습니다. 애팔랜치아인의 가족 관습이나 가치관 등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는데, 발췌한 대목만 보면 문화인류학 연구서 같기도 합니다.
원전을 조금 더 탐구해서 2. 맥락을 찾아내고, 3. 배경지식을 충전하는 것이 이번 기획의 목표인데요. 그런데, 아까부터 계속 거슬리는 말이 있었습니다.
'애팔래치아인의 중립성 윤리'?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 중국인의 '만만디', 미국의 개인주의와 호주의 mateship처럼, 애팔래치아인들을 대표하는 가치관이 있는 걸까요? 구글 북스 미리보기 서비스가 거기까지는 제공하지 않았고, 솔직히 저도 저 책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찾았습니다.
애팔래치아 주립대학의 인류학 박사 Susan E. Keefe의 〈애팔래치아 인들의 정신건강(Appalachian Mental Health)〉(1988)에서 인용하였습니다. 해석해 볼까요?
1) 정신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때, 문화적인 갈등이 계급 갈등만큼이나 심각하다네요.
이를테면 소수민족에게 정신과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면 가치관에 따라 반발이 있겠다는 거죠.
2) 앞선 연구결과가 있대요. 뭐냐면, 애팔래치아인들이 정신 질환에 고유의 문화적 개념을 가지고 있다네요. 그러니까 정신 질환이 생기는 이유와 그 증상에 관해서 고유한 인식이 있다는 거죠. 마땅한 치료법도 따로 있다고 믿고요.
어떤 느낌일까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정신적 질병이 있는데, '무병(무당들이 앓는, 일명 '신들림')'과 '화병'입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중국이나 미국에 합병당해서, 중국/미국의 정신건강 케어 서비스를 받는 처지가 됐다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 집에는 무병을 앓는 철수, 화병에 걸린 영희가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인/미국인이 와서 자기네 관점으로 치료법을 제안하면 얼척이 없겠죠?
3) 그래서, 애팔래치아인들의 생각이 심리치료사들과 다르니까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긴대요.
4) 거기에 애팔래치아인들의 특이한 행동 특성이 더 큰 문제를 초래한대요. 힉스(1976)가 이를 "중립성의 윤리"라고 불렀다네요.
헉, 나왔다! 중립성 윤리!
그래서 이 중립성의 윤리가 애팔래치아 원주민들과 심리치료사들 사이에 더 큰 문제를 맹글 수 있다네요(비버의 1986년 연구도 참고하시면 된답니다).
5) 그러니까 힉스의 말에 따르면, 애팔래치아인들은
1. 자기 일에만 신경쓴다
2. 단정적이거나 공격적으로 말하지 않고, 자기한테 다른 사람의 주의를 돌리지 않는다
3. 다른 사람에게 명령할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평등함'이라는 전제를 훼손하지 말라 이거다)
4. 논쟁은 피하고 합의점을 찾는다
... 이라는, 4가지 윤리적인 원칙이 있다네요.
오우! 이제야 연결이 됩니다. 완전 똑같습니다! 개인주의, 비단정성, 평등, 합의 우선!
풀이하자면 애팔래치아인들은 저렇게 조금 소심둥글귀욤뽀쨕한 성격이라서, 외래 진료인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멘탈 헬스케어에 애로사항이 꽃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원전도 어쩌면 정신 의료 서비스에 관한 글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제 2. 맥락을 거의 이해했군요. 또, 3. 배경지식이 꾸물꾸물 차오르는 기분이 듭니다. 어쩌면 다음 파트에서는 끝장을 볼 수 있을지도?
아, 인강실 폐쇄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음 게시글에서는 저 인용문 아래쪽까지 해석해 보고, 원전인 〈Transcultural Health Care: A Culturally Competent Approach〉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 것입니다. 그리고 수능특강으로 돌아가서 사골 고을 준비를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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