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아는 것보다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번 저는 '환원주의적 사고방식'에서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분석하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무엇이 부족한지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야말로 문제 해결의 가장 첫 단계입니다.
제가 수험생활때 제일 심하게 고전한 과목은 단연 '수학'입니다. 사실상 수학 때문에 재수생활을 했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수학에 대한 공포나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재수학원을 다닐때 선생님도 자주 말씀하셨고, 필자가 재수를 마치고 잠깐 삼반수를 위해 대학교를 다니면서도 미적분을 가르치던 교수님한테도 동일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확히 알아야 한다'
사실 학생들이 보기에는 수학은 당장 문제를 잘 풀어야 하고 빠르게 정답을 골라내야 합니다. 그러니 다들 기초적인 정의나 정확한 암기보다는, IQ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필자 또한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수학이야말로 가장 기초적인 암기가 중요한 학문이며, 수학이라는 세계 안에서 정해진 약속을 충실하게 따르는 연습을 해야합니다. 수학의 기초는 정확한 암기와 약속입니다. 제대로 기초를 다져두지 않으면 나중에 어려운 문제를 풀때는 온갖 이상한 논리를 끼워맞춰서 푸는 자신의 모습을 볼 것입니다(필자가 그랬으니까).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미분계수와 도함수의 정의를 당장 줄줄이 읊을 수 있습니까? 다들 음.... 대충 뭘 하는건지는 알겠다면서도 정확히 설명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수능에서 미분계수, 도함수는 정말 지겹도록 자주 쓰이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어떤 함수를 미분하라는 말만 듣는 순간 곧장 기계적으로 미분을 합니다. 그런데 온갖 함수 형태를 미분하는 테크닉은 알면서, 정작 미분계수의 정확한 정의를 알고 있는 학생은 적을 것입니다.
필자가 대학교를 다니면서 수강했던 과목은 '기초미적분학'입니다. 다소 수학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위해 기초를 잡아주는 수업이었는데요, 이때 정말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우리가 수능 공부를 위해서는 천천히 수학의 원리나 개념, 정의를 이해하고 증명, 암기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그냥 기계적으로 뭔가가 주어지면 풀려고만 했지. 그런데 이 수업에서는 아주 차근차근 설명해주면서, 어떤 경우와 조건에서 미분을 할 수 있는지 처음부터 꼼꼼이 설명하셨습니다.
함수의 극한이 무엇인지, 순간 접선은 무엇인지, 함수의 연속이란 무엇인지, 미분을 할려면 함수가 어떤 조건을 만족하고 있어야 하는지 모두 세세하게 설명하시고 시험 문제 또한 아주 정확한 서술을 요구했습니다.
예컨데, 함수를 미분할 수 있으려면 해당 부분에서 좌극한값과 우극한값이 일치해야하고, 함숫값과 같아야한다. 이렇게 함수가 기본적인 연속성을 가지면, 좌미분계수와 우미분계수를 구해보고 이 둘이 서로 동일하면 이때 미분계수가 존재하며 미분이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정말 이 내용 그대로 답안에 썼습니다.
(필자가 당시 교재로 썼던 책. 수능 수학을 빡세게 공부하는 학생들 수준에서는 정말 웃음이 나올 정도로 쉬운 책이지만, 그만큼 기초를 충실히 다질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학기를 대학교에서 기초적인 학습을 통해서 기반을 다지고나니까, 제대로 접근도 못하던 수능 수학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수능 수학에서는 직접적으로 서술형을 출제해서 정의를 서술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지만, 이때 정확히 공부한 내용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필자는 과거 과학고등학교, 영재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한 적이 있어서 정말 수학에 대한 잡다한 지식이나 스킬이 많습니다. 뭐 메네라우스 정리, 외적, 교란순열 등등등... 그러나 이런 멋져보이는 테크닉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정확히 알고 제대로 원리를 사용하는 역량입니다. 저런 테크닉은 모든 것을 완성하고 심심할때 따로 더 공부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오히려 저런 어려운 공식이나 심화수학 내용보다도, 대학교 한학기 다니면서 매우 쉽고 기초적이지만 꼼꼼히 공부해둔 내용이 훨씬 더 큰 도움이 됬습니다.
수학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학생들은, 당장 어려운 문제를 풀려고 낑낑대기보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공부해야합니다. 기초적이고 쉬운 공부는 당장 어려운 문제를 풀어주지 못하지만, 결국 어려운 문제도 쉬운 원리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을 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환원주의에 따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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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 맞말 개념문제랍시고 나와있는 2점 3점짜리 단순한 문제를 맞춘다고 내가 그 개념을 완벽히 내것으로 만든건 아니죠. 작년에 느꼈던 감정이 또 느껴지네요ㄷㄷ 통찰력 ㄷㄷ
고난도로 갈수록 개념이 훅훅 들어오더라구요 다만 어떻게 개념을 사용해야하는지 갈피가ㅜㅅㅜ
조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