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에 관한 글
안녕하세요
오르비를 눈팅만 하거나 간간히 질문글만 쓰던 유저입니다. 이렇게 글을 쓰게 되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요즘 인터넷 상에서 낙태죄 폐지가 매우 뜨거운 감자입니다. 충분히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
각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다양한 논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방금 오르비에서 본 낙태죄의 헌법 불합
치 판결에 관해서, "여성의 권리 신장이며 사회적 진보이다. 이는 축하할 만한 일이다" 라는 글을 보고 너무 충격을
먹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한번 읽어보시고 여러분들도 생각을 정리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낙태죄 폐지에 관해서는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법적 측면과 윤리적 측면입니다.
도덕적 해이의 관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주제는 진흙탕 싸움으로 퍼질 우려가 있기에 서술하지는 않겠습니다.
우선, 법적 측면에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낙태죄 폐지 를 '축하' 한다고 쓴 글에서는 여성의 권리 신장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사회의 진보에 대하여 이야기
했습니다. 자유주의 사회, 법치국가에서 "권리" 라는 말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회의 모든 것은 권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우개 하나에도, 샤프심 하나에도 이것이 누구의 것이라는 권리가 붙어있습니다. 물건의 매매는 권리의 이전이고,
자신의 권리 상태를 넓혀나가는 것이 자유주의 국가, 법치 국가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불법이라 칭하고, 법적 제제가 가해집니다. 여성의 권리를 지키자는 측면에서의 낙태죄 폐지는, 다른 많은 권리 관계를 어긋나게 합니다.
첫번째는 당연하겠지만 태아의 생존권입니다. 몇 개월의 태아까지 한 개체의 인간으로 볼 수 있을까의 측면입니다.
착상이 방금 이루어진 수정란을 태아라고 지칭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임산부의 뱃속에서 나오기
직전의 태아를 인간으로 보지 않을수도 없을 것입니다.
수학적 귀납법을 사용하여서 착상된지 하루 지난 수정란은 태아가 아니다.
착상된지 이틀 지난 수정란은 태아가 아니다
3일, 4일....n일... 따라서 모든 태아는 생명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논할 만한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만약 아이가 임신 후 24주후에 태어났어도
인큐베이터 안에서 생존이 가능하다면 24주의 태아는 인간으로 보아야 하는 것인가요? 과학기술이 더 발달해서 12주의 태아가 세상에 나온 경우에도 살려낼 수 있다면 12주 부터 인간인 것일까요? 결국 어쩔 수 없이 권리의 우위를 저울질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현재도 의료계의 자문을 받으면서 논의중인 사항이기도 합니다.
두번째는 상당히 세밀한 권리 상태의 변화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 부분은 페이스북 에서 john lee 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시는 분의 글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상속 순위에서 태아를 사람으로 인정하느냐 안하느냐는 일반인들에게도 관심이 갈 만한 아리송한 문제다.
법은 아버지가 사망할 당시 유복자인 태아에게도 상속을 받을 권리를 인정한다. 여기까지는 일반인들도 고민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부분이었다고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상속을 받을 권리가 있는 태아가 출생하기 전에 유산된다면, 태아의
상속분은 태아에게 가까운 순서로 재상속되는 것이 아니라 태아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으로 치고 아버지의
유산을 다시 나누게 된다고 한다. 드문 사례겠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며 당사자들에게는 해석의 차이로 수백억원이 갈릴 수 있는 심각한 문제기도 하다. 물론 타국의 법에서는 사망한 태아도 일단 살아 있는 것으로 보는 해석을 내놓을 수도 있다.
핵심은, 이렇게 미묘한 상황을 낳을 수 있는 복잡한 상황을 법외 문외한인 일반인들이 과연 '자신있게' '단정'할 수 있는 문제냐는 거다.
가장 극단적인 부분까지 일반적으로 포괄할 수 있어야 일관된 원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법원이 위헌 판결이 아닌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린 이유도 이와 같이 수많은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관한 법률 제정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적 측면의 마지막 문제는 임신중절을 하는 의사의 양심에 관한 문제입니다. 이 부분은 윤리적인 관점에서의 시각 또한 포함하고 있습니다.이야기에 앞서, 임신 중절 수술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16주 미만의 태아의 경우>
우선 태아의 몸을 산부의 질 밖으로 꺼냅니다.
이 떄, 머리가 밖으로 나오면 출산으로 인정되기에 몸통만 밖으로 나온 상태가 됩니다.(미국의 법 입니다)
이후 아기의 목 밑에서 뇌까지 수술용 가위를 찔러넣고, 자두만한 머리속을 휘저어서 태아를 수명을 단절시킵니다.
석션(suction)과 비슷한 도구를 이용하여 남은 태반은 긁어냅니다.
<24주 미만의 임신중절>은 조금 다릅니다.
태아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약물을 이용하여 자궁 내부에서 마취를 시킵니다.
이제 자궁 내부에서 태아의 팔 다리를 분리시키고 꺼냅니다.
팔, 다리 , 몸통, 뇌. 이제는 살아있지 않은 고깃덩어리들이 테이블 위에 쌓여 올려집니다.
혹시 잔여물이 남아있으면 여성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재고 확인을 합니다.팔 두개, 다리 두개, 머리, 그리고 나머지 부위들. 시술대 앞에서의 의사는 '여성의 권리 향상, 내 몸은 내가 지킨다' 라는 허울좋은 문구가 아닌, 움직이지 않는 살덩어리들과 마주칩니다.
낙태죄가 폐지가 되고 낙태가 합법화가 된다면, 임신 중절 수술은 의료보험제도의 지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의사들은 중절수술을 실행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의료법에 의하여 진료거부를 할 시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자신의 신념에 따라서 수술을 거부한 의사들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됩니다.
낙태죄 폐지 찬성론자들은 태아는 사람이 아니기에 지워도 된다고 말합니다.
전쟁은 불가피한 살인이지, 인간이 아닌 적들을 살처분하는 것이 아닙니다.
태아는 사람이 아니어서 지워도 된다는 논리가, 태아는 사람이지만 죽일 수는 있다는 논리보다 훨씬 잔인한 것입니다.
한 가지 관점만 바라보고서 맹목적으로 달려들지 않으시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적었습니다.
저 또한 아직 낙태죄에 관해서 어떻게 해야 한다 라고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디 코끼리 다리만 만져보고 전체적인 생김새를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무의 이파리만 보고 숲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확정짓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희망에서 몇 글자 적어보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내가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되면 돈때문에 공부 못할 걱정은 안해도 된다… 실력만...
-
피코님 칼럼에서 작수 물1 20번 풀때 상대속도 계산은 이게 제일 빠르다고 하셨는데...
-
이미지 정병호 배성민 한석원 ㅇㅇ?
-
과탐 쌩노베인데 지금부터 공부하면 2-3등급 정도 받을수있나요?
-
지역에남을의사 어쩌구 할거면 여자는 의대 뽑으면 안됨 2
지역인재로 선발된 의사 중 지방의료에 남는 성비가 대충 300:1이넘어기는...
-
공부시간은 일반 n수생의 절반밖에 안 나오면서 꾸역꾸역 수학 실전개념 빨리 끝내려고...
-
한강만 더들으면 오늘 끝나노 5모 긴장되는데
-
아이패드 12.9 학교에서 교과서랑 같이 꺼내놓고 쓰기 불편한가요
-
보이면 무조건 풀고 안 보이면 때려 죽여도 못 품 실수할 여지도 잘 없음 ㅇㅇ
-
흑흑흑 에피는 사람이 다는게 맞냐... 따잇 당했음
-
이게 맞나 0
언매사탐생윤세사 이걸로 문디컬 안되겠죠..?
-
어차피 과는 화학과 쓸거고 사탐런해서 해볼까말까...
-
시험 과목: 1교시 언어 추론 2교시 중등 기하 ??: 수험생 부담 경감을...
-
밤을 새운 대가 1
지금일어나버린
-
안할래요
-
수2 질문좀 2
이 문제 a=2말고 a=3일때도 조건 성립 가능 아닌가요?
-
돈이지 ㅇㄱㄹㅇ
-
4,5월은 6
진짜 선물이나 경조사로 돈 다털리는중
-
제발 누가 내 스티커 좀 사가셈 5만원으로 ㅈㄴ 많이 줄테니까 나 이미지쌤 책...
-
기출이든 뭐든 계속 새로운 문제 풀기(회독x) 못 풀겠으면 답지를 참고해도 되지만...
-
영어감점 2등급=(x) 3등급=(2점) 4등급=(4점) 반영비 국수 40 25...
-
임정환 리밋 한 6강 정도 들었음. 너무 안맞는거 같은 데 노베도 현자의 돌 해도...
-
성심당 드디어 서울 오는데…"죄송하지만 빵은 안 팔아요" 6
대전 최고의 명물 빵집 성심당이 서울에 상륙한다. 다만 제품은 판매하지 않고 브랜드...
-
뮌헨 밀란 레알 해봤는데 다음팀 뭘로하면 좋을까요
-
뭐 별건 아니고 팔로워 목록에 비해 스토리를 조회하는 사람이 너무 적음......
-
탐구 한문제만 더 맞췄으면....ㅠ 딱 295라 0.5가 모자람
-
근데 22국어 24국어 둘다 컷은 똑같이 ㅈㄹ났는데 6
왜 22국어는 최상위권도 작살났는데 24국어는 최상위권은 만점 수렴함? 뭔가 똑같이...
-
부모님 스탠포드 동기고 아빠는 고려대 교수 엄마는 서울대 교수였대요 ㅋㅋ
-
정말 감사합니다
-
물론 오르비언들은 다 호감이지만.. 정말로 좋아하는 분이 두 분 있어요 아마 그분들...
-
솔텍 좀 듣고싶은데 강의가 안 올라온다...
-
3모때 개념 다 못끝내서 5등급이였고 이제 수1,2 진도 다나가고 문제푸는중인데...
-
알바해본 사람 있음? 10
물건 들고 나르는 알바인데 어제 갔다온 이후로 팔이 좀 아픈데 오늘 가는 게...
-
시상마무리가 각 행이나 연마다 계속 명사종결어미쓰는거임 아님 시 마지막 연을...
-
22뉴런 필기된걸로(잘해놓음) 그냥 회독해도 상관없겠죠? 올해 뉴런이랑 비교했을때...
-
대학에 유급 방지책 요구ㅋㅋㅋㅋㅋ 이 새끼들이 유급될 일 없으니 걱정말라던거 아직도...
-
애들 만나서 술마시면 술찌라 먹은날 ㅈㄴ 늦개 잠들음 술마시면 잠못잠 ㅅㅂ;
-
이감 평균 0
이감 평균 좀 알려주세,,시즌 3에 1 결석해서 ;
-
You가 제대로 공부했다는 전제 하에 타임어택X 멘탈 압박X 그냥 딱 실력대로 봄...
-
공부하게 되는 느낌 독서실 1인실만큼 공부 안하기 딱 좋은 장소가 없음
-
아무리 봐도 fx가 상쇄시켜줄거 같은데 이거 어디서 잘못된걸까여
-
무료하게 살아가는 중이라 아무 질문이라도 저에게는 즐거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
"교육학"이라는 타이틀로 국어 교육 수학 교육 영어 교육 과학 교육 이래라 저래라...
-
맞팔구해용 0
ㄱㄱ
-
남캐일러 투척. 9
음 역시귀엽군
-
19수능 우주론 보기 문제는 봐도봐도 이해가 안 되네 1
지문 전체적인 흐름과 전혀 관계가 없는데 왜 낸 거지 사실 만유인력 파트 빼고...
-
여친구함 11
ㅇ.
-
얼마나 조을까 죽어도 못받는 성적이지만 큐ㅠ...
-
연경 뚫리네 와
굳이 다 탄 불에 다시 장작 넣을 필요 있나
싸우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같이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적었습니다
근데 낙태수술같은 경우에는 의사에 양심에 따라 실시여부 자유권을 줘야된다고 생각함.
어떤 의사들은 낙태=살인이라고 생각할텐데
사람살리려고 의사됬는데 살인을 하라고 하면 참...
여성의 권리 못지 않게 중요한게 신념의 자유임.
실제로 의사들이 이걸 명분으로 양심적 진료거부 허용해달라고 목소리 내고 있더군요.
무조건 해야됨. 진짜
글에서는 권리관계라는 허울좋은 소리를 했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도 양심에 따라 실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