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부호화 [749154]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19-04-03 22: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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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나- 기출 공부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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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칼럼 주제는 기출 분석입니다. 

기출 분석을 안 하는 학생은 없지만 제대로 하는 학생은 거의 없는 이 모순적인 상황.

이번 칼럼을 읽고 나면 최소 하나의 깨달음은 얻을 겁니다. 정말 좋은 기출에 관한 담론이므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읽고 난 뒤에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어떻게, 무엇을, 언제 의 3파트로 구성했습니다. 

물론 '어떻게''가 가장 중요합니다.


1. 어떻게?


 먼저 문제를 접할 때마다 항상 ‘내가 시험장에서 이 문제를 처음 만난다면 어떻게 풀어야 하지?’라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이는 굉장히 단순한 생각이지만 정말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칼럼 1탄에서 언급한 ‘킬러를 풀려면 연필을 놓아라’ 정도로 중요한 태도)

 

 풀이 과정이 기억나서 저런 태도를 가지기가 어렵다고 해도 무조건 저 생각이 필요합니다. 저 생각을 하는 동시에 여러분은 외운 풀이를 그대로 적용해선 안되는 심리상태가 됩니다. 시험장에서 만나는 문제들은 여러분들이 그동안 외운 풀이가 소용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항상 기출을 공부할 때도 저러한 생각을 가지고 임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 태도는 곧 필연적인 풀이를 떠올리게끔 합니다. 왜냐하면 여러분 스스로도 알고 있거든요. 시험장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 따위는 절대로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을요. 오로지 필연적인 사고만이 극도로 긴장되고 촉박된 시험장에서 문제를 풀게하는 열쇠라는 것을요.

 

 저러한 태도를 가지고 문제를 바라보면, 필연적인 문제 풀이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사고하게 됩니다. 쉽게 말하자면, A의 조건을 보고 B라는 풀이를 하는 것과 B의 풀이를 하고나서 C의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단순히 ‘강사나 답지가 저렇게 풀기 때문’이 아니라, 저런 사고를 거치는 게 필연적임을 알아야 합니다. 

제 칼럼 1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필연성’은 수학의 전부입니다. 기출 공부를 필연적인 사고로 올바르게 한다면, 내가 하는 사고가 지극히 자명하고 그 자체로 완벽함을 알게 됩니다. 시험장에서 새로운 문제를 만나도 그저 필연적인 사고(내가 평소에 해왔던 사고)로 풀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고 그게 바로 기출 공부의 본질이자 전부이죠. 


 그리고 또 기출 분석에 있어 중요한 태도는 조건을 보고 도출할 수 있는 건 다 도출하는 것입니다. 근데 그 도출은 ‘합리적인’ 도출이어야 하겠죠. 이건 개념이 올바로 잡혀있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개념이 잘 정립되어 있지 않다면 이상한 도출을 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그러면 제가 어떻게 기출 문제에서 사고하는 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문제는 18수능 21번 문제입니다. 


1. 일단 f(x)는 낯선 함수로 정의되어 있네. 근데 평가원이 굳이 그래프를 그려줬네. 그래프를 이용할 때가 있으면 그래프를 이용하자. 일단 저것으로 연역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는 없으니까 쫄지 말고 추가 조건을 보자.

2. 집합 X의 개수를 구하는 게 문제네. 그런데 집합 X의 원소 개수가 달랑 2개네..? (여기서 저는 평가원이 주는 메시지를 알아챕니다. 근데 아직까지 100퍼센트 확신은 아닙니다)

3. 근데 a,b의 범위가 주어져 있네. 아직은 저게 어떻게 적용될 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일단 체크. 의미 없는 조건은 없으니까.

4. 흠 X에서 X로의 함수인 g(x)=f(f(x))가 존재하네. 여기서 두 가지 정보를 알 수 있네. 먼저 g(x)의 정의역과 공역도 달랑 (a,b)이고, g(x)가 존재하므로 함수의 일반적인 존재 조건을 만족해야 하네.(함수의 존재는 너무 기본적인 내용이라 설명 생략)(g(x)의 정의역과 공역도 a,b... 서서히 아까의 메시지가 확신으로 변합니다)

5. g(a)=f(a), g(b)=f(b).. 흠 정의역이 a,b일 때 f와 g의 치역이 같네! 그리고 그 치역은 당연히 g의 공역인 (a,b)를 벗어나지 않는군! (1,2,3,4,5를 거치면서 평가원이 문제를 정~말 예쁘게 냈음에 감탄해야 함.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a,b/a,b/a,b.. 케이스 분류하기에 최고의 조건...이건 그냥 케이스 분류를 하라는 평가원의 지시. 이런 사고를 모든 기출에 적용해보면, 평가원을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음.


6. 1,2,3,4,5를 종합해보자.. 먼저 구해야 할 것은 집합 X의 개수야. 구해야 할 것을 잊지 말자. 

근데 집합 X가 범위로 주어진 것도 아니고 원소의 개수는 달랑 2개이고 f,g의 정의역 공역이 모두 a,b로 같아.

그리고 g는 f를 두 번 합성한 것이므로 f의 원소 대응 방식이 정해짐에 따라 g도 정해지겠네.  

결국 함수 f에서 정의역a,b가 공역a,b로 대응되는 케이스를 나눠야겠네! 끽해봐야 4가지 케이스밖에 없으니까.


f와 g의 정의역과 공역이 모두 a,b이므로 (a,b)의 벤 다이어그램을 3개 나란히 그리자. 그리고 케이스 분류를 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은 단 2개! g(x)가 존재해야 하고, g(a)=f(a), g(b)=f(b)를 만족해야 하네.


7. 우선 f(a)=a인 경우부터 보자. 이때 f(b)=b인 경우를 보면, f(a)=a, f(b)=b를 만족하는 (a,b)쌍을 그래프에서 찾으면 되겠네. 그리고 이건 조건을 만족시키네.(아까 그래프가 주어졌으므로 그래프를 무조건 이용해야겠다고 한 생각이 실현됨) y=f(x)와 y=x의 교점이 4개고 a

8.  f(a)=a이고 f(b)=a인 경우를 보자. 이것도 조건을 만족시키네. 여기서 b는 y=f(x)와 y=x의 교점에서의 x축과 평행한 직선이 f(x)와 만나는 x좌표겠네. (개념적으로 당연한 사고) 근데 또 a

9. f(a)=b이고 f(b)=a인 경우를 보자. f(a)=b이고 f(b)=a인 순간 g(a)=f(a)와 g(b)=f(b)의 조건을 만족할 수 없네.

10.마지막으로 f(a)=b 그리고 f(b)=b인 경우를 세주면 6개네.(8번과 똑같은 방식)

그래서 정답은 6+1+6=13이네.


2,4번에 제시된 감과 그것이 확신으로 변하는 과정은 기출 공부를 정말 많이 하다보면 지극히 자연스런 의심임을 알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의심이 없더라도 6번의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f의 원소 대응 방식에 따른 4가지의 케이스 분류를 해야하는 것이 필연적 사고가 됩니다.


물론 함수문제기 때문에 다양한 풀이가 있겠지만 저는 이 풀이가 가장 간단하고 쉽고 필연적인 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의 핵심은 합성함수에 대한 대단한 지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저 ‘집합 X는 단지 (a,b) 두 개의 원소만을 가지고, f와 g의 정의역과 공역이 모두 (a,b), g는 f의 원소 대응방식이 정해짐에 따라 자연스레 정해짐, 그리고 문제의 결론부가 집합 X의 개수’라는 점을 가지고 필연적으로 저렇게 f의 원소가 대응되는 케이스를 나눠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매우 매우 중요합니다. 


-> ‘개수 세기 문제는 케이스를 분류한다.’ 이런 저급한 사고가 절대 아닙니다. 사소함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죠. 

-> 주어진 원소의 개수가 2개로 매우 적다.(또한 이는 모든 정의역과 공역이 된다) f,g를 복합적으로 고려하는 게 아니라 f의 대응 방식을 g는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f의 원소를 일일이 대응시켜 케이스를 분류해야하는 필연적인 이유인 것입니다.


+ 이 문제만을 가지고도 위에서 볼 수 있듯이 평가원에 대한 태도를 정말 많이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의미 없는 조건은 없다, 문제에서 그래프를 그려주면 무조건 그래프를 이용하라는 신호다, 낯선 함수가 정의되면 쫄지 않고 차분히 조건과 연관시킨다, 평가원은 문제를 예쁘게 낸다. 


이런 식으로 여러분들은 기출을 풀면서 풀이의 필연적인 이유를 생각하고, 평가원 문제에 대한 태도를 정립해 나가야 합니다.


2. 무엇을


기출 관련 질문은 뻔합니다. 

“기출 교재는 어떤 걸 풀어야 하나요?”

-> 자작문제가 아니라 말 그대로 기출 문제기 때문에 어떤 문제집을 풀든 모두 똑같은 문제입니다. 해설이 달라서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기출문제집의 풀이에 필연적인 이유와 평가원에 대한 태도가 적혀있습니까?  어떤 문제집을 풀든 상관없이 여러분들의 머릿속에 여러분들만의 기출 풀이와 태도를 만드세요. 


-> 저렇게 말해도 불안하실 분들이 있을 겁니다. 저는 그냥 인강 기출 교재 암거나 풀었습니다. 제 풀이 과정과 필연적인 이유들을 인강을 보며 강사의 것과 비교해보기 위함이죠. 물론 저는 이렇게 했다는 거지 따라할 필요는 없습니다.


3. 언제


항상. 그러나 기출만 풀라는 소리는 절대 아닙니다. 언제 다시 기출 문제를 풀어봐야 할지는 여러분들이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6,9월 모의고사는 아무리 적어도 10번은 봐야 합니다. 이건 권유가 아니라 강요입니다. 저는 어떤 사설 문제를 풀건, 어떤 개념 복습을 하건 항상 6,9월 모의고사와 함께 했습니다. 이건 그냥 진리입니다. 받아들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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