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수생 칼럼] 영어는 단어다?
안녕하세요.
모 커뮤니티에 종종
"영어공부 뭐부터 해야할까요"라는 질문이 올라옵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기를
"단어부터 공부하세요."
"워마 사세요."
2014학년도 영어B형 고득점자(97점)으로서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잘못 알고 계신 점이 있습니다.
비록 어휘를 익히는 것이
단기간에 하위권에서 3~4등급대로 진입하는 것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 이상의 등급을 받기에는 한계가 있는 방법입니다.
단어가 영어공부에서 차지해야 할 비중은
제 생각으론 5%밖에 안 됩니다.
(누차 강조하지만
진정으로 '올바른' 영어 공부는
듣기와 말하기가 45%
직독직해가 40%
문법이 10% 어휘는 5%일뿐입니다.
비단 영어뿐만 아니라
모든 어학 공부가 그렇습니다)
어째서 그럴까요?
영어 지문을 건물에 비유하자면
어휘는 건물을 짓는데 필요한 벽돌 하나 하나와 같습니다.
즉, 저 또한
어휘가 영어의 기초가 된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건 기초일뿐이며, 여기에 시간을 지나치게 할애해선 절대 안 됩니다.
여러분
우리가 건축물을 볼 때
벽돌 하나 하나를 손으로 만져가며 보나요?
마찬가지라는 얘기입니다.
'아 여기선 천장이 이런 모양으로 되어있구나. 샹들리에도 몇 개 달려있네.'
'유리창에 새겨진 스테인글라스 무늬가 참 아름답네'
'지붕이 특이하네' 등등...
제가 비유로 든 것은 문장입니다.
결국 영어를 독해한다는 것은
문장들을 읽음으로써,
문장 간의 의미관계와 논리적구조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단어 하나 하나를 음미하는 것이 아니구요!
(영문학을 지망하시는 분이라면
영시를 그렇게 읽으셔야 되겠지만...
시를 읽는 건 다른 차원의 독해이니 넘어갑시다)
'어휘는 아는데 왜 해석은 안 될까?'
'왜 독해 속도가 빨라지지 않을까?'
단어에 집착한 나머지
문장들의 의미관계와 논리구조를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능 영어 유형 중에는
어휘와 관련된 문제도 있으며
독해를 위해 알아야 할, 문장 속의 핵심어휘도 있습니다.
그럼 어휘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 걸까요?
간단합니다.
1. 평소 연습하는 지문 안에서 모르는 어휘가 나오면 그때그때 정리하자.
: 단어장으로 외우는 게 나쁘진 않습니다. 하지만 어휘 역시 실제 쓰임새, 즉 문장 속에서 파악해야하는 것입니다. 단어장으로만 외우는 어휘와 지문 속에 등장하는 어휘는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르지요.
2. 반드시 단어 그 자체가 아니라 예문 위주로 정리한다.
: 1과 연결되는 말입니다. 실제 문장에서 단어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파악하는 게 빠르고 효율적입니다.
3. 암기가 아니라 틈틈이 보는 것이다.
: 우리가 한국어 어휘를 일부러 외우나요? 실생활에서, context 속에서 자연스럽게 쓰는 거잖아요. 마찬가지가 되어야 합니다.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단순 암기가 그렇죠. 억지로 외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꾸준히 '보면' 저절로 외워지게 되있습니다.
여러분 이 점은 꼭 명심해주세요.
사실 단어가 문장을 구성하는 게 아닙니다.
문장이 단어를 선택/배열할 뿐입니다.
(건축물의 설계에 따라 벽돌의 배치가 달라지듯이요)
우리는 영어 어휘라는 나무에 집착한 나머지
문장이라는 숲에서 길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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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추
안녕하세요. 이경보 강사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글 내용에 공감을 하면서도 혹시나 일부 학생들이 오해를 하지 않을까 해서 댓글 남겨요.
저는 단어론자도 아니고 단어주의자도 아니지만, 단어를 '우선'해야 한다는 이론에 확신이 있어요. 한 지문에 모르는 단어가 많으면 지문 이해가 어렵겠죠. 물론 모르는 단어가 10개 이상이 되도 문제를 맞힐 수는 있지만, 확률이 떨어지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수 천 명의 학생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은
'무지의 끝은 없다'
입니다.
고3, 재수생인데도 deny, permanent, stable 과 같은 기본 단어를 모르는 학생이 너무 많습니다. 아마 이 단어 모두 아는 학생보다 모르는 학생이 훨씬 많을 겁니다. 이런 학생들이 단어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다른 영역을 공부하고 있다면 매우 비효율적으로 공부하는 셈이 됩니다.
그래서 저의 생각은,
'학생의 상황에 따라 조언하자'
입니다.
단어가 부족하면 단어
문장 구조를 모르면 문장 구조
해석을 잘하는 반면, 이해가 늦고 속도가 느리면 독해량을 늘리면서 논리독해
다 잘하는데 선지 근거를 모르면 기출을 활용한 논리독해
이런 식이죠.
저의 첫 과외학생은 수능 100일을 남겨 둔 고3 학생이었고, 독서량이 많아 이해력이 좋은 반면 단어를 몰라 80~90점을 맴돌던 학생이었습니다. 이 학생은 그야말로 단어가 너무 부족해서 100일동안 어휘 책 하나를 7회독했어요. 수업 시간에도 단어를 절반 정도 했습니다.
09수능에서 처음으로 90점을 넘겨서 98점을 받았고 성대 사회과학부에 진학했습니다. 만약 이 학생과 '지문을 보며 모르는 단어 정리'하는 식으로 공부했다면 아마 절대 그 점수를 받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다른 사례로, 단어와 문법 실력이 빵빵한 반면 지문 이해를 못하던 재작년 수능 4등급, 강남 오르비 단과에 왔던 학생의 경우엔, 위 게시글 내용처럼 이해력을 올릴 수 있는 방식으로 공부를 해서 역시 작년에 98점을 받았구요.
학생의 상황에 맞게 접근을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게시글에서 언급된 '원어민의 언어 사고를 배우는 것'은 매우 당연합니다. 모든 학생들이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할 것입니다. 다만 단어를 모르고 해석을 못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문 위주로 공부한다던지 하는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좋은 글에 태클거려고 한 것은 아니고, 게시글에 대한 반박이라기보다는 방향성에 대한 다른 의견이라고 생각해주면 고맙겠습니다.
선생님, 이렇게 부족한 글에 장문의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가르치신 사례들에 공감합니다. "학생의 상황에 맞는 접근"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만 자신의 정확한 문제점에 대한 진단 없이 무작정 단어만 외우는 것이 하나의 정형화된 패턴이 되지 않았나,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글이었습니다.
공부에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찾아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 감사합니다!!
옙 좋은 칼럼 많이 남겨주세요^^
개인적으론 어휘가 너무나도 중요하다 생각해요..
어휘 외울 때 예문도 익히는건 정말 도움 많이 되더라구요
문장 보면서 자연스레 한국어처럼 읽히는 단어하고 힘겹게 기억에서 끄집어내는 단어는 차이가 큰데 예문까지 보면 해석할 때 훨씬 부드럽게 읽혀지더라구요
예문 위주로 단어 공부 하는 게 저도 좋은 공부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많은 분들께서 일단 영어 공부, 하면 어휘에만 지나치게 비중을 두시는 것 같아 그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글을 한번 써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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