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um [125018] · 쪽지

2011-08-18 22:59:10
조회수 1,268

언어, 외국어에 비해 수리에서 EBS의 위력이 떨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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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은 근본적으로 자료해석능력을 물어보는 시험입니다.

사실 고등교육과정에서 학습한 내용들은 도구일 뿐입니다. 행동영역, 즉 자료를 해석하는 방법론이 수능에서는 더 중요합니다.



자료해석능력을 측정하려는데 맨날 보던 자료를 끌어다 쓰면 해석능력이 측정되지 않겠죠. 암기능력 측정 시험이 되지.

그렇다면 원칙적으로 생전 처음 보는 자료를 갖다줘놓고 풀게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지만 EBS 반영으로 사정이 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자료를 EBS 문제집에서 끌어와서 쓰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 자료의 성질 면에서 외국어와 언어 / 수리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외국어와 언어영역은 근본적으로 글로 쓰여진 자료를 해석하는 영역입니다.

EBS 언어와 외국어 문제집의 자료들은 애초에 전문적인 필자들(비문학이든, 문학이든)이 쓴 원문의 일부입니다.

기존 수능에 출제되던 작품들과 기본적으로 다를 게 없는 거죠. 질적인 측면에서 특별히 문제가 되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그대로 갖다 쓰는 겁니다. 크게 수정하지도 않습니다. 수정하더라도 세부적인 표현을 손질하는 정도지 기본적인 뼈대와 결론은 유지합니다.



그런데 수학은 다릅니다. 문제집을 만들면서 저자들이 문제에 쓰일 자료를 새로 구성하게 됩니다.

혹은 이미 알려져 있던 자료 - 사교육계에 널리널리 알려진 자료 - 를 갖다쓰죠. (이 경우가 더 많습니다.)

결국 EBS 문제집의 자료 중 다수는 애초에 수능에 낼 수 없는 것이고, 낼 수 있는 자료라도 자료의 질이 수능이 요구하는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평가원은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시늉만 내거나 갖다쓰더라도 꽤 많은 가공을 거치고 수능에 내는 거죠.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새로 나오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EBS 외국어 문제집의 지문을 암기해 두었다고 합시다.

수능일에 세부적인 표현이 바뀌어 나오더라도 큰 지장은 없습니다. 결론은 유지되기 때문에 대부분 답은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리영역에서 자료의 세부적인 표현이 바뀌면 답이 달라집니다.

답을 외우는 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조금만 바꾸더라도 답을 얻기 위해서는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합니다.

결국 자료를 그대로 낼 수는 없고 변형해서 내는데, 변형해서 내면 체감상 반영되었다는 것을 거의 느낄 수 없다는 겁니다.

좀 친숙해보이는 효과 정도나 나겠죠.



결국, 이런 구조 때문에 수리영역에서는 EBS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합니다. 제대로 반영하려면 수능의 문제질이 눈에 띄게 낮아지게 되기 때문이죠.

문제의 질이 하락하는 것을 감수한다면 EBS를 제대로 반영해 출제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평가원의 행보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9평을 봐야 단언할 수 있는 문제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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