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강사가 오르비언들에게..
안녕하세요. 영어강사 이상인 입니다.
지금 이순간.. 조금은..아니.. 많이 무거운 마음으로 오르비에 들어왔습니다.
원래 오늘은 목요일이라.. 목요칼럼으로 여러분께 찾아왔었어야 했는데.. 써넣고도.. 마음이 무거워 올리지 못하겠네요.
그래서 오늘 칼럼은 이 글로 대신할까 합니다.
오늘 저녁에 한 학생으로부터 긴 장문의 쪽지를 받았습니다.
이번 사관학교 실전 모의고사에 관한..
그 학생이 많은 시간 고민했었을 흔적이 역력한.. 저에게는 가슴깊히 폐부를 찌르는 글이었습니다.
이번 모의고사가 자잘한 오탈자들을 제외하고서도 두문제에서 확연한 오류가 있었고 논리적인 근거가 빈약한 문제가 회마다 몇개씩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관학교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준비하는데.. 저는 너무나 안일한 생각으로 문제를 만든것 아니냐는.. 그리고 출판부의 실수라는 변명만 한다는..
제마음 깊은 곳을 너무나도 강렬하게 찌르는 글이었습니다.
근데.. 그글을 읽으며 화는 안나고.. 그동안 뭐라도 됐었던 마냥 설치고 다녔던 제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충분히 공개적으로 글을 올려 공론화하고 저를 비난할수도 있었을텐데.. 쪽지로 저에게 보낸 그 마음도 너무 깊게 전해졌습니다.
제가 더 부끄러운건 이번 사관학교 모의고사의 제작과정에서 저도 느끼고 있었던.. 하지만 저도 모르게 외면하고 싶었던 부분을 정확하게 찔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쪽지의 글을 읽고 또 읽으며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번 모의고사의 제작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변명을 하려는건 아니구요. 처음 출간이라 경험이 없던 제 잘못입니다.
한 조교와 의기투합해서 모의고사를 제작하기로 의기투합하고 사실.. 모의고사 출제팀 구성부터 문제를 받아 검토하는 부분까지 공동저자라는 미명하에 그 조교에게 맡겼습니다.
책임저자로서 중간중간 확인하고 검토에 참여했었어야 했는데..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는 다른 강사들도 다 그렇게 만드는데 뭘.. 이라며 혼자 자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요문제로 인해 출간 결정이 늦게 내려지고.. 부족한 준비 기간으로 인해 문제들은 제대로 검토되지 않고 엉성하게 모여져 갔습니다.
그런부분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믿고 맡긴다는 제 무책임함이 상황을 그대로 내버려 두었습니다.
출판부에 문제를 넘기기 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검토진으로 참여한 쿠도님의 날카로운 비판에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출간까지 마지막 2주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그동안 받아서 정리해 놓은 문제들을 보니..
퀄리티는 점검이 안되었고.. 저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해석과 해설부분도 마음에 차지 않더군요.
따지고 보면 다 제 책임이었으나.. 저는 모든 책임을 공동저자에게 돌리고 결과에 대해 비난했습니다. 지금까지 뭐 했냐고..
제게 남은건 1주일이라는 시간과 수정되지 않은 문제들..이체해야될 수백만원의 출제비.. 그리고 저 혼자라는 막막함이더군요.
그때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이걸 다 접고 출판부와의 계약에 관한 문제들을 책임 질까 짧은 순간동안 수백번도 더 생각 했습니다.
근데.. 학생들과의 약속이 가장 마음에 걸렸습니다. 몇몇 학생들의 간절한 희망에.. 모의고사를 출간한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저버릴수 없었습니다. 이것 또한 제 욕심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전 영세한 강사라.. 들어가야할 출제비도 벅찬데.. 사실 출판부와의 계약문제로 인해 책임져야할 부분들이 두렵더군요.
그래서 죽이되든 밥이되든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1주일 반동안 현강은 다 휴강하면서 거의 밤을 새가며 문제들을 다시 만들고 고쳐나갔습니다.
문제라는 것이 오랜시간동안 심혈을 기울여 한문제 한문제 만들고 검토해야 하는데..
저는 그러질 못했네요.
우여곡절 끝에 문제들을 완성하고 배열하고 출판부에 넘기고 나니.. 탈진 상태가 되더군요..
그렇게 만들어진 문제들을 새롭게 구성된 검토진에게 검토를 맡기고는.. 여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욕심에 몇몇문제들을 또 수정했습니다.
그리고는 출판부에게 마지막까지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는 이 모의고사가 출간 되었습니다.
글을 쓰고나니 또다시 변명이 되어버렸네요
이번 모의고사의 퀄리티는 전적으로 다 제 책임입니다. 출제진과 검토진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정말 절박함을 가지고 목숨걸고 공부 하는 수험생들에게 제 안일함과 무책임함이 도움이 되기보단 오히려 해가 되었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참 무겁네요.
죄송합니다.
모의고사를 만들어야 겠다고 마음 먹고 난후에 우연하게 영어과의 유정우 선생님과 통화를 했었습니다.
유정우 선생님이 제게.. 모의고사 출간하는건 잘 생각해보라고.. 잘못 만들었다간 영영 해어나올수가 없다고.. 쉬운 일이 결코 아니라고..
그때 선생님의 그 조언을 마음깊이 명심 했었어야 했는데.. 이번에 선생님이 만드신 모의고사를 보며 느끼게 됩니다.
역시 아무나 욕심만 가지고 할수 있는것이 아니라는것을 느끼게 되네요.
처음 인강에 들어오겠다고 결정했을때.. 사실 메이져 인강 몇군대에 면접을 봤고.. 한군대에서 합격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조건도 그렇고 이대로 들어가면 그냥 묻히고 끝나기 쉬울것 같다는 오르비의 인강 디렉터님과의 상담에.. 잘하면 학생들에게 빠르게 인지도를 얻을수 있을것 같은 오르비로 정하고 들어온지도 6개월이 지났네요.
처음 들어왔을때 학생들의 신랄한 비판으로 강의를 접으셨던 모 선생님을 보면서 겁을 먹기도 했고..
난 강의 열심히 하는데.. 강의는 좋은데.. 왜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
역시 오르비는 나무위키의 말처럼 강사의 실력보단 인지도가 우선인가? 라는 생각도 하고..
근데.. 지금에와서야 알겠네요.
저는 제 능력과 노력에 비해 여러분께 과분한 관심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요..
오르비의 유명한 강사분들에게 비교하면 정말 보잘것 없지만 .. 요즘 학생들의 댓글도 많이 받고 한두개씩 제 강의의 판매량이 늘어가는 것을 보며.. 이제 다 됐다 라고 우쭐해 했던 제 자신이 한없이 창피하고 부끄러워 지네요.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하겠습니다.
아울러 올해 출간하려고 했던 수능 모의고사 계획도 접고 자중하며 노력하고 공부하겠습니다.
안강 강사는 자존심이 전부라는 누군가의 말에.. 오늘 제글이 저에게는 강사로서의 사형선고일지도 모르나..
모의고사를 구매한.. 그리고 지금까지 제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에게 그리고 오르비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것이 도리일듯 하여..
이 늦은 시간.. 여러분께 제 마음을 전합니다.
이번일을 교훈삼아.. 더 노력하는 강사가 되겠습니다.
p.s 사관학교 모의고사를 구매한 학생들은 아래 링크를 타고 가시면 모의고사 오류 정오표가 있습니다. 꼭 확인해주세요!
https://i.orbi.kr/00012421078/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한성대 과 질문 0
상상력인재학부가 자유전공이고 It공과대학은 나중에 컴공등 공과대학 전공을 선택하는...
-
영어가 제일 들을지 말지 의문인데 전에 썼던 글 내용 사진으로 퍼온건데 평가원만...
-
귀찮아
-
언제까지나 과거에 머물러있을 수는 없다
-
이제 자야해 5
댄스 파티에 내가 빠질 순 없지
-
어제랑 어저께 새르비 3시간 하니까 갑자기 이상한 페이지 뜨면서 영어뜨던데요
-
서울대 0
안써주시면 안되나요 제가 가고 싶어요... 갈수록 상위표본이 늘어나네요~~ ?
-
개힘들다.
-
지금 쟈러갈게요 4
ㅃㅇ
-
전에 어떤 오르비언이 올렸던거같아서 저장해뒀다가 어제 봤는데 좋은 내용들이 생각보다...
-
가정불화 ㅜㅜ 3
갑자기 조금 힘들어서 써보네요 길게 쓰긴 힘들지만 저희.아버지가 가정폭력을...
-
선착순 10명 21
-
ㅁㅌ 1
ㅇㄱㅇㄹ
-
반수 생각하고 있어서 내년 예산 짜고있는데요 현역때도 인강만 들었고 내년도 독학...
-
내신 1.21이고 수능 23146 받았는데 특별 서류전형으로 시대 재종 넣으면...
-
우울 메타라서 나도 ㅇㅈ... 7년 영문과 다니면서 학점마녀랑 검머외들한테 치여서...
-
?? 5
?
-
기차지나간당 14
부지런행
-
인하대 차이 0
저거 둘이 다른게 뭔가요? 둘다 똑같은 자전인거 같은데
-
덕코좀 주세요 0
뉴릅이라 덕코 모으기 힘드네 기부좀
-
진학사 0
초대형과 4칸 극상위권 붙을 확률이 어느정돈가요
-
커넥션 풀면서 어떤 느낌인지 어렴풋이나마 체감하기는 함 특히 수2
-
위로는 그 사람이 진짜 최악의 상황에선 어느 정도 벗어났을 때 하는 거고 한참...
-
집에서 사이가 좀 장기적으로 많이 싸우기도 했고 안좋은데 심한 말도 많이 들었었고...
-
그런 놈이 여기를 왜 다시 기어들어와? @.@
-
더 ㅈ됐건데
-
수산생명의학과 1
들어보셨다면 어케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저 성적대에서 지방대학교 다른 과 나올바엔...
-
가끔씩 새벽감성에 젖어있을 때 오르비에 쓴 글을 읽어보여 과거의 추억에 잠겨도 괜찮지 않을까요
-
수능이 인생의 전부입니다
-
그 누구도 당신을 해치지 못한다 그냥 그렇다고
-
진짜 빨라야 2월말-3월 초중순 시작일텐데 오티랑 커리 둘러보면서 공부 계획 짜고...
-
200개중 9틀 오늘 오전 9시 (5시간후) 시험인데 전날까지 아무것도 안하고...
-
김기현 들으려고 했다가 ot 하위 타수까지 싹 훑어보고 왔는데 강의력 김범준이 더...
-
진짜 어케함??
-
ㅇㅈ 12
모솔 탈출 비법 좀요
-
자러 감 1
4시 30분임 ㄷㄷ
-
그냥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육아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거임... 그게...
-
많이도 했고...
-
석열 비상 계엄 선포
-
허허
-
자기 싫다
-
내 똥글을 이렇게 많이볼리가 없음
-
입어보고 싶게
-
난 잘 모르겠어.. 응
-
난 진짜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못 살면 차라리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함 3
익스트림 스포츠 같은 거라도 할까 진짜 적어도 나한텐 심장이 뛰지 않는 삶은 아무 의미가 없음
-
100이 막 넘네
-
표본분석도 결국 걍 확률쌈이고 마지막에 컷 급변하는것만 체크하고 쓰는것외에는...
-
한남이라 미안해
-
좆같네
응원 감사합니다. 항상 노력하는 강사가 되겠습니다!
선생님 항상 응원합니다 ^^
고마워요! 더 노력하는 제가 되겠습니다!
안타깝네요.. 이번 경험이 좋게 작용해서 더 열심히 하시면 될거에요 너무 자책하진 마세요
이번에 정말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고마워요!
모든 것이 낯설고 순수하기만 했던 초심을 되돌아 찾아보고 돌아가려고 노력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죠. 응원하겠습니다!
참 어려운 일인데.. 그래도 가야할 길이니 걸어야겠죠. 열심히 걸어보겠습니다! 응원 고마워요!
인생이 롤러코스터라 덜 질리는것같아요.
비난여론이 형성 되기도 전에 미리 사과하시는 용기 대단하십니다.
논란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마무리 잘 하시고 날개를 접지는 마십시오.
시스템을 잘 모른다는 것이 변명이 될수는 없을것 같아요. 특히 수험생들에게는 말이죠. 이번에 많은 교훈을 얻었네요. 조아님 응원에 힘내겠습니다! 고마워요
화이팅 힘내세요!
이번논란을 거울삼아 더 좋은 모의고사를 내시길!
응원 감사합니다! 이번에 많이 배워서 다음번엔 정말 좋은 모의고사를 만들수 있을것 같네요!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시인하시는 용기에 감히 박수쳐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그 태도 잃지 마시고 부디 학생들을 위해 힘 써주시길 바랍니다.
잘못한걸 잘못했다고 말한것 뿐인걸요. 박수받을만한 일이 아니네요ㅜ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그때 박수 받겠습니다!! 고마워요!
선생님 파이팅이에요 항상 응원합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비바님도 남은 기간동안 화이팅 하세요!!
화이팅!!!!
고마워요!!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검토할 때 놓친게 있었나
아니예요! 마지막 검토진이 봤을때까진 문제가 없었어요! 검토 끝나고 나서 제 욕심에 몇문제 교체 하다가.. 몇개를 확인을 못해서 오류가 난거예요ㅜ
모든 사람은 항상 실수를 할수도 있죠.
그 실수를 교훈삼아.. 다음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느냐가 관건이겠죠?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앗 어제 글이 왜 안올라오나 했는데 이런 사연이.. 저는 이런 모습을 보여준 선생님께 강사로서의 이상인이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이상인이 더 좋아지려고 합니다. (물론 강사로서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선생님의 노력에 감명 받아 매주 찾아오는 저같은 학생이 1명씩 계속 늘거라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항상 화이팅입니다~
이름모를 그대의 댓글과 응원에 늘 다시 일어설 힘을 얻습니다. 내가 고마워 하는거 알죠? 그대의 응원 잊지 않겠습니다. 고마워요!
열심히 하셨으니, 더 좋은 교재/강의가 나오리라 기대합니다.
선생님의 강의를 들은적 없는 학생이지만, 이렇게 먼저 용기내어 과오를 밝히고 사과하시는 모습을 보니 선생님의 진심이 느껴지네요...저도 선생님을 본받아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할게요!!
부족한 저이기에.. 초심을 잃지 않도록 더 노력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