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틴 [367231] · MS 2011 · 쪽지

2011-01-29 11: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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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책임? - 논술 비틀어 보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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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찌됬건 시험은 닥쳐오고 글은 잘 써야 하는 법.
매번 피해보는 것은 학생들이고 학부형이라지만 결국 인간은 이상보단 현실을 선택하고
어지간해선 타협하고 순응하는 방향을 선택하는 고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누가 잘못했는지 나눠 볼 수 없이 모두가 빨려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고로 모두 잘못했고 모두 문제있고 그렇기 때문에 고칠 수 없고 말로 자조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


2. 대치동 학원가
10여년 전 최초로 ‘논술’ 시험이 도입된 이래 논술시험은 부침을 겪으면서도
적절히 ‘광풍’을 일으키며 발전한만큼 ‘논술시장’ 역시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다.

강남에 가면 ‘2개의 거리’가 있다.
IT업계의 산실이자, 한국 기업계의 광맥은 ‘테헤란’로,
그리고 정확히 한 블록 밑에 한국 최고의 학원가,
약 300여개가 몰려있으며 새로운 건물이 지어질 때마다 들어서는건 학원이라는, ‘대치동 학원거리’가 있다.
오죽하면 ‘대치동 기준’이란 말이 있을까.

‘강남엄마 따라잡기’라는 드라마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희극적으로 느껴지는 것에 비해
이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일들이 벌어진다는 이 곳.
고액의 학원비만큼 섬세한 개인지도가 이루어지는 이 곳에서는
‘메가스터디’라던지 ‘청솔’, ‘종로’ 등 굵직한 프렌차이즈 학원이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고 하니
결국 비강남권은 대형공장에서 학생들을 찍어내고 강남권은 맞춤형 소량생산인가?


3. 기가 막힌 논술 프렌차이즈
탄천로에서 강남 롯데백화점까지 이어지는 이 거리의 가장 독특한 풍경은 ‘학원’에 있고
더욱 독특한 풍경은 국내 굴지의 ‘논술 프렌차이즈 본점’이 모두 몰려있다는 사실이다.
황우석 사태 때문에 유명해진 미즈메디 병원 옆에는 ‘무지개 논술’이 있고
맞은편에는 ‘깊은 생각 논술’과 ‘김동아 국어논술’, 조금 가다 보면 ‘박학천 논술’ 등 전후 좌우로 가장 눈에 띄는게 논술 학원이다.
어떻게 이 동네에는 논술학원이 이다지도 많을까.

강북이라던지 구리, 의정부 같이 상대적으로 교육열이 약한 위성도시에는 논술에 대한 인지도가 너무 낮아서
가르치는 학원도 거의 없다고 하던데 이곳은 그야말로 ‘논술 프렌차이즈’의 산실이다.
그만큼 장기적으로 꾸준히 교육을 시킬 의지가 있고,
교육 문제에 대해 매우 민감하며 섬세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이겠고 보다 실랄하게 이야기하자면
그러한 인식을 실행시킬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 된다는 사실에 본질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4. 경제적 격차, 사회적 격차
마르크스의 ‘계급’이니 베버의 ‘계층’ 같은 사회학적 논의까지 안가더라도
우리가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은 ‘경제적 격차’가 ‘사회적 격차’를 양산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단순히 돈이 많고 적냐의 문제를 넘어, 교육 수준, 직업적 격차 등이 불러일으키는 격차는
‘경제적 격차’와 결부하여 ‘사회적 격차’를 강화한다.

교육부는 ‘창의력’과 본질적인 ‘교육개혁’ 운운하며 ‘논술’이라는 새로운 평가 방법을 제시하였다.
또한 그 해답으로 ‘꾸준한 독서’라는 뻔하디 뻔한 주장만을 덧붙여 놓았다.
그렇다면 새로 추가된 교육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 과정을 누가 담당해야 하는가.
결국 사교육이 이 영역을 점유하기 시작했고 우리의 부모들은 경제력에 의지해 새로운 교육부의 요구에 부응하기 시작했다.

강남엄마들에게 도덕적인 잣대를 요구하기 이전에 과정에 대한 배려와 계획 없는 정책입안자들의 무능부터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사회를 경제 중심으로 몰아가는 세태는 그저 개탄해야 할 문제가 아닌 누군가 일으키고 만들어가는 구조적인 현실이다.
결국 논술이란 진지한 실험은 그 가치에 대한 진지한 성찰 이전에 새로운 ‘학원 재벌’과 그들의 프랜차이즈를 창출했고
입안자들의 정책 목표는 적어도 시장 창출에서는 성공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듯.
그러면 이제 사교육 시장을 개탄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상황은 복잡하지만 의외로 분명할 수도 있다.


- 깊은계단 비잔틴 2008. 4. 7 (lyanga.blog.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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