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대샘] 2018 여태껏 우리가 몰랐던 비문학 이야기_4. 베토벤과 승선교
우리는 누구나 한번쯤 음악 소년을 꿈꿔 본 적이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가끔 버스나 지하철에서 커다란 악기 케이스를 든 학생들을 힐끔 쳐다볼 적이 있다. 학생의 고단함과는 관계없이 악기와 한몸이 되어 울림이 좋은 콘서트홀 같은 곳에서 연주자의 꿈을 키우고 있을 진지한 그의 모습을 상상해 보곤 한다. 필자도 한때 작곡에 관심이 있었다. 아니 지금도 작곡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중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 간다. 아마 인생에서 가장 많은 곡을 만든 시기였다고 기억된다. 문제는 악보가 없다는 점. 흔히 초보자가 그러하듯 가락과 가사만 있는 음악이었다. 나중에 알았다. 다 어디서 들어본 멜로디가 짬뽕처럼 섞여 있다는 것을.
'빰빰빰빰'의 주인공 베토벤이 2014년 수능 B형에 출제되었다. 베토벤하면 '교향곡 5번' 운명이 떠오른다. '운명'(運命)은 우리의 고전시 방식대로 해석하자면 모든 일을 하늘에 다 맡긴다는 의미다. 이미 다 앞으로 벌어질 일이 결정된 마당에 마음을 졸여봐야 무엇하겠는가. 이처럼 운명이란 말 속에는 마음을 내려놓고 텅 비우는 자세가 함축되어 있다. 하지만 베토벤의 운명엔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운명 앞에 한번 서 봐. 그때부터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기분이 될 거야."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이 외에도 베토벤과 관련된 연상(聯想)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모차르트가 떠오를 수도 있고, '베토벤 바이러스'란 드라마의 똥덩어리 강마에가 생각날 수도 있다. 필자의 경우 베토벤의 머리 스타일이 가장 관심 대상이다.
수능에서의 그에 대한 관심사는 '베토벤 신화'의 까닭이었다. 도대체 그가 대단한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첫째, 음악 소재를 개발하고 그것을 다채롭게 처리하는 창작 기법의 탁월함으로 설명될 수 있다. 둘째, 빈의 새로운 청중의 귀는 유럽의 다른 지역 청중과는 달리 순수 기악을 향해 열려 있었다. 셋째, 당시 음악 비평가들은 음악을 정서의 촉발자로 본 이전 시대와 달리 앎의 방식으로 이해하기를 원했다. 넷째, 당시 독일 지역에서 유행한 천재성 담론도 베토벤의 교향곡이 특별한 지위를 얻는 데 한몫했다. |
여러분이 드디어 만나게 된 첫 번째 나무를 소개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작을 베토벤이 함께 한다는 점에서 시공간을 뛰어 넘는 벅찬 감격이 있다. 수많은 나무가 숨쉬고 있는 공간이며, 그 끝을 알 수 없는 광활한 들판으로 인도하고자 하는 길목에서 처음 만나는 그 나무의 이름은 '원가지 4호'이다. 설레는 만남을 기념으로 남기는 방법 중의 하나가 기념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러려면 멋진 배경이 필요하다.
때마침 2014년 수능 A형에 선암사의 '승선교'가 출제되었다. 승선교가 시험에 나온 그날 직후 인터넷상에선 믿거나 말거나 난리가 났다. 실시간 검색어에서 승선교에 힘입어 옥천교까지 덩달아 떴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는 없지만 우리 중 그 누군가에겐 언젠가 이 다리를 실제로 찾아가 보게 되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왜냐하면 승선교의 매력을 맘껏 뽐낸 지문이 출제되었기 때문이다.
첫째, 무지개 모양의 홍예를 세우고 만든 다리다. 둘째, 홍예 좌우의 석축은 홍예석과 대비가 되면서 변화감 있는 조화미를 이룬다. 셋째, 홍예 천장에는 용모리 모양의 장식 돌이 물길을 향해 돌출되어 있다. 넷째, 주변 경관은 승선교와 서로 어우러지며 극적인 합일을 이룬다. |
과 마찬가지로 역시 '원가지 4호' 나무다. 아마도 2014년 수능 예술 제재 A형, B형의 출제자는 '원가지 4호'를 선호하는 동일한 인물로 보여진다. 그는 우리의 아름다운 승선교 위에서 베토벤이 지휘봉을 들고 세상을 향해 연주하는 명장면을 꿈꿨을 것이다. 마치 음악 소년이 폭풍 성장하여 우리의 소용돌이 치는 감정의 격랑을 승선교 다리 아래의 깨끗한 시냇물에 흘려보내기라도 하듯이. 자, 모두 준비되었나. 기념 사진에 남길 승선교 위의 베토벤.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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