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NOKi [675194] · MS 2016 · 쪽지

2017-01-20 22: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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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그리고 어떻게 가르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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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평 41313, 수능 11112 연세대 경제학부 합격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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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공부했음에도 성적이 잘 안 나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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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NOKi] 매일 하나씩 틀리는 수학,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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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간략 소개


2016 수능 성적 98(1) 100(1) 94(1) 50(1) 47(2) [전국석차 0.23%][서울대 경영 합격권]

고등학교 2학년 1, 2학기 내신 수학 과목 모두 1등급

2015, 2016 수능 수학 2년 연속 100점.

2015, 2016 모의고사 및 수능 수학 항상 1등급


0. 


교육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처음으로 품었던 건 중학교 2학년 즈음이었다. 어떤 일이 계기가 되어서 갑자기 공부를 열심히 하던 때였는데, 학원을 얼마 다니지도 않았고, 부모님께서도 공부로 먹고 사는 분은 아니셨기에, 나는 스스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공부하는 법을 조금씩 터득해갔다. 


중학생 때는 고등학생 때에 비해 어지간히 독하게 공부했었는데, 그렇게 공부를 해도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에 막히는 때가 잦았다. 그 때마다 아쉬었던 부분이 나를 도와줄 누군가의 부재였다. 나보다 공부를 잘하는 형이나 누나가 있어서, 내가 공부해야 할 방향을 알려주고, 코칭해주면 좋을텐데..하는 생각을 문득문득 했었다.


그런 소원을 대리만족하는 수단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다른 친구들이 모르는 문제를 알려주는데 큰 기쁨을 느꼈다. 가장 친했던 친구가 수학이 가장 약하다고 해서, 그 친구를 데리고 수학 과외를 한답시고 가르쳐 준 적도 있었다. 단지 내가 공부를 잘한다는 사실을 자랑하는데서 오는 기쁨이 아니라, 누군가가 나를 통해서 답답했던 부분이 뚫린다는데서 보람을 느꼈다. 


2학년 담임선생님도 내가 교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한 중요한 요인이었다. 비록 전교조이기는 하셨으나,능력있으시고, 잘 가르치시며, 열정이 넘치시고, 소외받는 학생들조차 진정으로 챙기시고 보살펴주시는 분이었다. 그 분은 교육이라는 분야에 있어서 아직도 나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분 덕분에 내 생기부 장래희망란에는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교사, 교수로 가득 차게 되었다.


1.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도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은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조금씩 확고해졌다. 여전히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쌩으로 독학하는데 한계를 느꼈던 나는 인강에 많은 의존을 했었다. 박담, 최인호, 이원준, 고종훈, 이종길, 강민성, 신승범, 한석만, 한석원, 김기훈, 이충권, 이명학 등등.. 인강 중독자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인강을 정말 많이 들었었다. 물론 인강을 듣는 목적은 성적 향상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부수적으로 인강강사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가르치는지를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고, 지금도 과외를 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면 이런저런 선생님들의 특성이 묻어나오고는 한다. 


박담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며 배운 것을 스스로 적용하게끔 하는 교수법이 학생들을 능동적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을 깨달았고, 최인호 선생님의 강의를 통해서 과목을 거시적으로 파악하는 습관을 들였다. 이원준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며 언어 구조를 민감하게 느끼고, 비슷한 언어 구조를 가진 발문을 기준으로 수학 문제를 분류해보기도 했고, 신승범 선생님과 이충권 선생님의 강의를 통해 이른바 정신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한석원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며, 교육과정에 입각한 공리를 기준으로, 어떤 문제든 간명하게, 논리적원칙적으로 푸는 습관을 들였다.


2.


 비록 과외를 해 본 경험이 몇 번 없고, 가르친 과목도 중등 수학 및 고등 수학 정도 밖에는 안 되지만, 내 나름대로 과외를 진행해나가면서 정한 몇 가지 원칙 및 순서가 있다.


(1) 단원 간의 유기성을 강조하여 가르칠 것 


중등 교육과정이든 고등 교육과정이든 교육과정 속에는 그 논리적인 흐름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지금까지 접했던 수학 학원 내지 학교 수업에서는 이를 크게 의식하고 수업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각 단원을 연관성 없이 따로따로 가르쳐 고립시키기보다는, 이 단원 뒤에 그 다음 단원이 왜 나왔는지, 이 흐름이 최종적으로는 어디를 향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중학교 3학년 1학기 교과서를 한 번 보자. 첫 단원에서 무리수가 등장하고, 두 번째 단원에서 인수분해가 등장하며, 세 번째 단원에서는 이차방정식을, 마지막 단원에는 이차함수를 다룬다. 보통은 (특히 중학 수학을 가르치는 학원에서는) 이들 단원 간의 연관성을 먼저 설명하기보다는 막바로 루트를 가르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1~3 단원을 하나로 묶고, 4 단원을 다른 하나로 묶어 가르친다. 그리고 첫 수업 때 이차방정식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고 (흔히 말하는 이차방정식의 일반형을 먼저 소개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1.근의 공식, 2. 인수분해가 있음을 밝힌 후에, 1단원이 근의 공식과 관련되어 있고, 2단원에서 인수분해를 다룬다고 말한다. 그리고 1단원을 들어갈 때, 우리가 제곱근을 배운다고 말하지 않으며, 가장 기초적인 이차방정식을 배운다는 식으로 소개한다.(x^2=a) 그리고 이 방정식의 해가 두 가지가 있음(x=루트a)을 강조하면서, 일반적으로 이차방정식의 해가 두 개임을 가르친다.이렇게 가르치면 -루트a의 존재를 잊지 않게 하면서, 이차방정식에 대한 복선을 깔아두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2) 나에게는 당연하지만 학생에게는 당연하지 않다.

(3) 교과서에 있는 공리를 바탕으로 하여, 문제 풀이의 원칙을 확립한다 and (4) 여러 문제집을 푼 후, 그 문제들을 패턴화하여 문제 풀이 원칙을 확립한다. 


이건 당연히 이렇게 푸는 거야! 이해가 안 되면 외워! 내가 가장 싫어하는 선생님의 상이다. 그렇게 말하면 꼰대지, 교사인가. 외우는 건 학생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리 말할 거면 선생이 무슨 쓸모가 있을는지. 사소한 것 하나 하나라도 학생에게 당연함을 강요하는 것은 피해야만 한다. 교과서 속에 있는 개념만이 당연한 것이며, 그 외의 것은 그것이 나에게 왜 당연한지를 고민해야만 한다. 


중학교 2학년 2학기는 확률과 기하에 대해서 다루며, 기하 부분은 크게 삼각형을 다루는 부분과, 사각형을 다루는 부분으로 나뉜다. 지금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특히 삼각형에 관련한 부분인데, 교과서의 흐름상 공리는 각의 이등분선과 선분의 수직이등분선으로부터 "파생되는 보조선"이다. 교과서는 오로지 이 두 가지만을 가지고 직각삼각형과 이등변삼각형의 성질을 설명하며, 더 나아가 내심과 외심의 성질들도 이로부터 발생한다. "우연히" 보조선을 그었더니 성질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교과서에 따르면" 그 보조선을 긋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 단원에서는 삼각형과 관련된 길이 혹은 각도를 구하는 문제도 자주 출제되는데, 거의 모든 문제들은 다음 세 가지를 따지면 쉽게 풀 수 있었다. 첫 번째, 이등변삼각형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둘째, 합동인 삼각형이 있는지의 여부를 따져야 한다. 셋째, 구하고자 하는 선분의 길이를 한 선분에서 다른 선분을 빼거나, 더하여서 찾을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이른바 고난도의 중등 수학 문제라고 하는 것들은 예상치도 못한 보조선을 그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출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에는 결국 그림과 보조선을 외워야만 한다. 하지만 어떤 보조선이든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 원칙과 연관이 되어 있고, 이를 어느 정도 숙지하면 보조선을 암기하는데 더 용이하다.


(5) 처음 배울 때의 흡수율이 낮은 것은 당연하다. 

(6) 이해하지 못한다고 학생을 책망해서는 안 된다 and (7) 장기간에 걸쳐 몇 번 이상 설명했음에도 기억하지 못 할 경우 이에 대한 관리는 엄격해야 한다


 과외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그럴 수 있지"다. 처음 배우는 학생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개념도 헷갈리고 문제도 틀려가며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틀리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어떻게 해서든지 고쳐야 한다. 조기에 해결을 하지 못하면 아킬레스 건으로 남아있을 우려가 있다. 나 같은 경우 학생에게 수업 시간에 내가 지적하는 부분을 모조리 필기하게 한 후에 (약분을 실수했으면 그 식을 쓰게 하고, 닮음비와 넓이비를 혼동하면 닮음비넓이비를 쓰게 한다.) 이를 하루, 일주일, 한 달 간격으로 복습을 시킨다. 그리고 그 중간 중간에 계속 혼동하는 경우, 그 때마다 이를 (학생이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반복시킴으로써 철저하게 실수를 막아내고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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