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위한 변명
출처: http://www.huffingtonpost.kr/Gyobasa/story_b_13805122.html?ncid=engmodushpmg00000004
글 | 권재원 (성원중 교사/실천교육 교사모임 고문)
요즘 온통 탄핵 이야기가 가득하다. 교육계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뿐 아니라 국정교과서 등 박근혜표 교육정책도 탄핵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분분하다. 여기서 그런 이야기를 더 보탤 필요는 없을 것 같으니, 여느 때 같았으면 한창 이슈가 되었을텐데 탄핵 때문에 가려져 있는 주제를 꺼내어 본다. 다름아닌 대학 입시다.
대통령 탄핵 표결을 바로 앞둔 12월 7일은 대입 수능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었다. 또 지금 서울대학교를 필두로 수시 합격자 발표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달 말부터는 아직까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한 수험생들이 정시 모집에 지원할 것이다. 이렇게 용어 뜻만 가지고 말하면 마치 특별한 일부의 지원자만 수시로 뽑고 나머지 대부분은 정시로 뽑는 것처럼 들린다. 어른들 정서에는 수능 점수를 가지고 한 줄 세워서 커트라인으로 자르는 정시가 제대로 실력을 겨루는 대학 입시처럼 보이며, 이런 저런 서류 제출하고 면접해서 뽑는 수시는 제대로 실력을 볼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다. 서울대학교는 거의 75%를 수시로 뽑는다. 그나마 85%까지 늘렸다 다소 줄인 것이다. 고려대학교는 장차 수시 선발 인원을 80% 이상으로 늘린다고 공언했다. 수시가 정식 선발이며, 정시가 오히려 추가 선발 정도의 부수적인 위치에 있다. 해마다 수능 시험일이 되면 전국이 계엄상태가 되지만, 의외로 수능은 대학입시의 주연이 아니다. 수능의 기능은 1차적으로는 수시모집이 요구하는 등급 컷 통과용, 그리고 수시에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을 경우 정시에도 도전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이다.
어느새 우리나라의 대학입시가 사실상 바뀌었다. 학력고사든 수능이든 시험을 쳐서, 그 시험 점수로 줄을 세우는 전통적인 입시는 이제 20% 남짓한 지분만 남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고, ‘서류전형(학교 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 + 구술/면접/실기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수시가 가장 전형적인 대학입시가 되었다. 흔히 일반인과 언론은 이를 학종(학교 생활기록부 종합전형)이라고 부른다. 학종은 내신성적뿐 아니라 생활기록부 전반을 두루 검토하고, 학생의 자기소개서, 교사의 추천서 등을 참고하여 해당 학생의 적성, 자질, 리더십, 학교생활, 인성, 기타 모집단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기나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평정 방식을 말한다.
그런데 최근 학종에 대한 학교 안팎의 공격이 거세다. 안에서의 공격은 주로 정시로 입학한 학생들이 수시로 입학한 학생들을 무시하거나 혐오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우선 이른바 명문대학에 수능정시로 입학한 학생들이 수시로 입학한 동료학생들을 공격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일부 정시 합격생들이 수시의 한 종류인 지역균형선발 입학생들을 ‘지균충’이라는 혐오표현까지 사용하며 멸시함으로써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자기들은 수능 네 영역 모두 1등급을 받고 들어왔는데, 소위 수시충들은 생활기록부에 이런저런 기록 좀 집어 넣고, 면접 때 말 좀 잘하고서는 겨우 수능 세 영역 2등급으로 들어왔으니 같이 취급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의 일그러진 자부심을 질타하는 진보 언론 역시 학종을 공격하면서 결과적으로 정시를 옹호하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보여주었다. 정시는 공부 열심히 해서 시험 잘치면 &&“개천에서 용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만, 수시는 부유층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구술 면접은 각종 인문학 독서, 토의토론, 스피치 훈련을 받은(주로 사교육을 통해) 학생이 유리하고, 학종은 생활기록부에 다양한 볼거리, 즉 스펙을 많이 넣을 수 있는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공격이 이어지다 보니 학종을 부잣집 아이들이 시험이라는 관문을 피해 쉽게 명문대학 가는 지름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시험 쳐서 대학가는 방식으로는 가난한 학생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돈이 없어서 사교육을 못 받으면 감당할 수 없는 방법으로 대입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학종이 아니라 학력고사 시험 한 번으로 대학 입학을 결정짓던 시절에도 이른바 강남 8학군 학생들의 진학률은 다른 지역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 서울대학교를 예로 들면 전체 신입생 중 강남 8학군 출신 학생의 비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학종도 없고, 사교육도 없었던 1985년으로 1만명 당 서울대 입학생 숫자가 전국 평균의 4배나 되었다. 이 비율은 각종 수시입학이 확대되면서 사교육이 활성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5배 정도로 줄어들었다. 시험 점수로 줄을 세우는 방식의 입시야말로 가장 ‘강남친화적’인 방식이었던 것이다.
이런 문제를 떠나 우선 대학입시의 목적을 따져 보아도 학종에 대한 비난은 지나치다. 대학입시의 목적은 개천에서 용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명문대학에 입학했다고 해서 용이 되는 것 자체가 이미 잘못이다. 대학입시의 목적은 그 분야의 공부를 잘 할 소양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다. 대학은 고등 교육기관이며 전문 교육기관이다. 대학은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일반적인 소양을 갖춰주는 곳이 아니라, 그 시대가 요구하는 분야의 실력있는 전문가를 길러내는 곳이다. 이 때 실력은 단순한 학업성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자기관리능력,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 등을 모두 포괄하는 것이다.
이런 능력들이 수능과 같은 시험이라는 방법으로 평가될 수 있을까? 시험이 실력을 평가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능력을 평가하려면 실제 그 학생이 학습하는 과정, 생활하는 과정, 문제에 직면해서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관찰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학 입학사정관이 미리 어떤 학생을 점 찍어 놓고 몇 년간 관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학교 교사가 몇 년에 걸쳐 관찰하고 기록한 생활기록부를 통해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종이 등장한 것이다. 물론 기록만으로 학생을 완전히 파악할 수는 없으니, 좀 더 정밀한 평가를 위해 구술, 면접, 기타 각 모집분야별로 특색있는 평가방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어느 경우에나 시험은 그 대안이 될 수 없다.
학종 초창기에 부유층 학생이나 자사고, 특목고에게 유리한 빈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지금도 그들이 정보력을 동원해 빈틈을 계속 노릴 수는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점검을 통해 그런 부분들을 해결하면 될 일이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예컨대 부유층 학생들이나 특목고에 유리한 각종 올림피아드 수상 실적 따위는 아예 생활기록부에 기록하지 못하며, 자소서 등에서 이를 언급하거나 암시하면 아예 0점 처리한다. 또 정보력과 돈을 이용한 스펙을 방지하기 위해 학교 바깥에서 이루어진 활동이나 수상내역은 생활기록부에 기록하지 않는다. 심지어 교내외를 막론하고 수상기록 자체를 반영하지 않는 학교도 있다. 독서활동 기록 역시 고액의 독서논술 사교육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상세하게 독후감을 기록하는 방식에서 저자명과 책 제목만 쓰는 것으로 바뀌었다. 생활기록부를 알차게 채우기 위해 값비싼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학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지레 짐작으로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학종에서 유리한 생활기록부를 만드는 방법은 별다른 것이 없다. 학교 생활을 충실히 하는 것, 시험에 들어가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비교과 활동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교사, 특히 자신이 진학하고자 하는 분야의 교과 교사와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 특히 선행학습을 많이 한 학생은 오히려 학종에 불리하다. 아무래도 학원 때문에 학교의 각종 활동을 등한시하기 쉽고, 미리 배운 내용 때문에 수업시간에 소극적이거나 비참여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학종에서 이런 저런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다. 아직 10년도 되지 않은 제도이니 안정화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수능 하나로 줄세우던 그 방식으로 돌아가자거나, 정시를 확대하자는 주장만큼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 애초에 학종은 실력은 없으면서 시험 점수만 높은 학생들이 막상 실력이 필요한 순간에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등장한 것이다. 시험으로는 실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고, 21세기가 요구하는 실력과 역량은 시험과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지고 있음이 분명한데도 단지 개천에서 용 날 가능성 때문에 그런 구시대적 방식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면 이는 교육을 다른 것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반교육적 발상이다. 더구나 시험으로 줄세우는 방식은 개천에서 용 나기 유리한 방식도 아니었으며, 사교육을 줄이는 방식도 아니었다. 학종이 최선의 대입제도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를 계속 수정 보완하여 정착시키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설사 다른 대안이 나오더라도 이는 시험으로 한 줄 세우는 방식은 아닐 것이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한 300~400있길래 복권에서 탕진탕진했어요 룰루 먼가 더 하고 싶은데 얻는 법을...
-
남자: 친구끼리 잘생겼다할때=>상대가 ㄹㅇ 평타 이상임(가끔 반어법 일수도) 여자:...
-
그게매력이죠.
-
좀 도와줘요 좋아요 좀(굽신굽신)
-
헬스 갔다올께욥 0
여러분들도 모두 운동하세요!
-
오늘 학점땜에 봉사왓는데 할거없다고 안에서 수박먹으라함ㅋㅋㅋ 질문받아양
-
이름이 뭐에요 2
전 너의보직군영 입니당
-
폰이랑 컴만하는 것도 지친다 ㅋㄷㅋㅋㅊㅋㅋㄷㅋㅋ 진짜 정신 분열증 올꺼같음...
-
님들 이거 보세여 32
냠냠냠 이런 뻘글 올려도 되는 건가여??
-
심심합니다 살려줘요 15
재수 맘 먹고 2월 15일에 정규반 들어가는데 그 전까지 할게 정말 없네여 할 거 추천 좀 해주세요
-
오르비 하다보면 독포, 산화, 아이민 같은 단어들 자주 보이던데.. 이거 말고도...
-
어그로... 6
사회탓나라탓하지말자님이 어그로 끌었다 하시던데... 도대체 무슨 어그로를 끌었길래....
-
오늘 목표 0
오늘 목표 달성했는데 게시글로 작성하는게 꺼림직하다.... 누구한테는 상처가 될 수...
-
올.ㅋ 6
콜로세움 덕인지 포인트 100 넘게 오름.ㅋ 오늘 하루 목표량 달성 가능하겠다.ㅋㅋㅋ
-
아아아아아 16
콜로세움이 끝나다니.... 지루하다....점공글에 댓글다는 초식인생이 편하다고....엉엉엉엉
-
저는 요즘 응답하라 시리즈에 빠져서 '너만을 느끼며', '걱정 말아요 그대' 이런...
-
ibro님 43
ib하니까 일베 생각난다.ㅋ어떻게 하시면 장수 가능한가요...모솔이면 장수 가능한가요?
-
풀접.ㅋ 12
보름동안 풀접 가능하다!!! 28일, 29일에 운전주행교육 있으니...오르비에서 뭐하지???
-
잉여 12
포인트 3 연속 5번 달성했다... 이제는 포인트 1600 도전해야겠어....
-
잉여 랭킹 0
올리려고 똥글 싸면 독포인가요
-
요즘 새벽에 8
일어나면 무슨 일이 있었나 게시물을 쫙 보는데 요즘은 거의 매일 하나씩 일이...
-
바람의나라 6
노할짓이라 바람의나라 다운받는 중인데 직업추천좀요
-
오늘 저희 아버지가 배낭여행 가시라고 100만원 줬는데요. 이 돈 회계조작(?)해서...
-
하 진짜 우울 잉여 무기력 권태 등등 어케 해소해요 미치겠네 밤이 제일 싫어
-
덧글ㅋ 제한풀림 18
ㅋ제한풀렸네요 이젠 실컷 웃어도 될듯 ㅋㅋㅋㅋ(글에는 ㅋ여러번 못씀..)...
-
http://orbi.kr/my/ranking.php8월 8일 이후 포인트 변화...
-
이쯤에서 잉여랭킹 투척 22
주간 포인트 변화 랭킹 2015-07-29 ~ 2015-08-05rank imin...
-
블라인드 처리된 글입니다
-
수능에 오염된 당신의 노고를 치유해드립니다. 지금 당장 오세요 동심의 나라로 넷마블...
-
연상퀴즈 (정치) 15
1. 유럽에서 제일 위험한 남자 2. 돼지 3. 좌파정당 난이도 하
-
감성터져서 못자겟다
-
망한거같네요.. 일주일전부터 해커스빌리지랑 여기랑 왔다갔다 하면서 시간 다...
-
고려대 2012 논술 인문계B 논제3 (수리논술) 풀이 4
문제 : http://orbi.kr/0004502107 심심해서 풀어봄
-
헤헤 미안해요 9
간만에 외식입니다ㅎㅎP.S잉여는 사랑입니다
-
안녕하십니까 어제 정말 올해 최초로 12시에 잠든 래인입니다덕분에 인증대란 놓침...
-
이번에는 과학기술 지문입니다.원래는 올리지 않으려 했는데, 어쩌다 시간이 조금...
-
.................반말 죄송합니다.낚시 죄송합니다.웃으면 몸에 좋다고...
-
삼등분가 : 모든 각에 대한 삼등분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모든...
-
[수시 자료] 수리논술 나침반5 - 대학별 기출문제 풀이 2
필요하신분은 다운받아가세요. 09년부터 13년까지의 모든 수리논술 나침반...
-
단, 계수는 모두 정수로 나타내어져야 합니다.(코사인들의 곱을 식으로 나타내고...
-
우리나라 이과계의 현실 114
페이스북을 하다, 상당히 공감가는 부분이 많기에 퍼왔습니다.제가 쓴 글이 아니기에...
-
제목은 사실 이렇게 적었지만, 진짜 돈을 안들일수야 있나요. ebs강의도 책값때문에...
-
가장 좋은 방법은 수능대비로 기본 실력을 쌓아놓은 후, 수능과 논술을 적절히...
-
일단, 글을 쓰기에 앞서 이 내용은 "통계부분을 적어도 한 번 이상 공부한 적이...
-
ㅠㅠ 5
ㅠㅠ
-
http://orbi.kr/0003362689
-
업데이트 36
http://orbi.kr/0003359205
-
손놈과의 로또 썰 12
노인 : 로또 천원짜리 두개만 뽑아줘 잉여 : 네뽑아서 드림노인 : 아니 이게...
-
모바일 태그가 자동으로 따라붙네요이건 뭥.....꺼버려야지 저 태그...
-
뿌잉뿌잉 0
#새벽반 #잉여
여ㅡ어 알바쿤 히사시부리